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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삶의 2모작
    나의 글 2013. 11. 25. 16:53

    띠동갑인 나의 오빠는 동생의 남편에게

    일자리 하나를 부탁하면서 간곡히 같은 다짐을 반복했다.

     

    "나를 위한다고  무리하게 억지 자리 마련하느라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되고,

     내 능력 이상의 돈을 줄 생각도 말고,

     배려한다고 젊은이들 사이에 끼워 두어 뻘쭘하게

     내 위치를 잡지 못해 신경 쓰이게도 하지 말고,

     내가 분석을 하건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백오십만원이면 딱 적당할듯 해.

     하지만 자신할 수 있는 건 그 액수에 반한 노동의 댓가는 충분히 넘치도록은 할 거야.

     나로 인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건 절대적으로 안 돼.

     경비 일도 괜찮아.   어영부영 시간 떼우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인간지사 새옹지마라고,  사람의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음이니

    그토록 잘 나가던 때 깨닫지 못하던 것을  바닥을 치고 한참을 허우적 거린 후에서야....

     

    그야말로 치열하다 못해 악착같았던 남편의 삶에 비해

    우유부단하기 이를데 없이 허허로운 삶의 노후는 자괴감 일색으로

    그렇게 자신을 낮추지 않아도 될 터인데 한없이 내려 둔 안쓰러움은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까지 무색할 판이다.

     

    급한 나머지 당장에 눈으로 확인되어지는 것들에만 마음을 놓고

    시간을 두어 천천히 기다리라는 말에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 모양인지

    옆에 앉은 동생인 내게 슬쩍 슬쩍 재확인을 시도한다.

     

    칼자루를 쥔 이는 동생의 남편인데,  왜 내게 고마움을 표하는가?

    난 오늘 하나뿐인 오빠의 노후를 위해 기꺼이 기쁨조가 되기로 했다.

    궁핍을 안고 나이 먹는 일이 이토록 가슴아플 줄이야!

     

    남편의 빈 자리에 하나 둘 자꾸 사람이 채워진다.

    도움을 주는 사람, 도움을 받을 사람.......

    자의적으로 그들 속에 섞이고자 틈새를 벌여 놓은 일은 참 잘한 일이다.

    그것이 소통이라는데.

     

    시끌벅적한  웃음 위로 서러운 눈물일랑 휘발되어  본디 혼자였던 사람처럼 홀가분한 것도 있다.

     

    새삼 그와의 나이 차이가 몇 살이었느냐는 물음에  한참을 낯설어 했다.

    "언니, 여섯살 차이가 별로 안 좋은 거래."

    어디서 근거한 것인지....   그런 말 쯤이야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니 우울하긴 커녕

    이젠 허허 거리길 너무 잘해 탈이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이 참 빠르네! 

    공평하게 늙어가는 세월, 억울할 것도 없다.

    고지식한 성격이 이토록 소통에 능할 줄이야.

    그가 떠난 후 알게 된 것들 중 하나.

     

    사람의 타고난 천성 50%는 절대 불변이나

    나머지 50%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

    행복을 꿈꾸고자 하는 노력 여하에 따라 반의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란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되었든.....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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