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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일탈
    나의 글 2013. 9. 10. 10:24

    일탈을 꿈꾸며 엄마가 하루를 통째로 비운 사이

     

    큰 아이는 가스렌지 후드 찌든 때를 청소한다며

    통째로 뜯어 락스와 세제를 섞어  담가 두었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선풍기 분해를 할 줄도 모르고,

    후드 지든 때를 청소 할 만큼 세심하지도 못한데

    나의 아이들은 내게서 배우지 않은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잘도 해낸다.

     

    망가진 화장실 변기를 통째로 갈아치우질 않나,

    방마다 커텐을 새로이 달지를 않나,

    망가진 청소기를 고쳐야 한다며 닥달을 하지를 않나,

     

    욕실 수건도 얼굴 닦는 것 따로, 허드렛용 따로

    주의 사항까지 버젓이 곳곳에 붙여 놓고

    엄마를 요주의 인물 취급한다.

     

    손 끝 야무진 것과 철저히 살아가는 것하곤.....

    분명 아빠의 모습 그대로다.

     

    덜렁덜렁 대충 이대로 살았으면 하는

    엄마의 허술함에 무섭게 가림막을 치고 든다.

     

    나는 그에 비하면  그리 성실하지 않았던 것 같고,

    어물쩍 구렁이 담 넘기듯 가끔씩 요령을 꿈꾸기도 하고,

    행여나 공짜 어디 없는가, 고개 쭈욱 빼들고 사방 구경하느라

    빈 시간 멍하니 있기도 했지만

     

    나와 다른 그 사람은 철저히 혼자만의 힘에 의지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기억의 성품 만으로 가지를 덧대고, 이파리를 붙이고

    무사할 아이들을 기대한다.

     

    여기까지만이라도,   감사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니 참 좋다.

     

    삶은  흐르다 흐르다 인생의 정점 어느날,

    희미한 웃음 하나 흘리고 사라질 덧없음이지만

    끄나풀 조각 허술해도

    그 소중함으로 눈물도 잊고, 추억도 잊어가면서......

    하루를 이렇게 살아가고 만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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