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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런 날엔나의 글 2013. 9. 7. 12:35
어제는 두 살 아래의 동생이 통곡을 하고,
오늘은 일곱 살 위의 언니가 통곡을 하고,
다들 자식 때문이란다.
밤새 잠을 못 자고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고 나니
문득 내 생각이 나더란다. 이토록 속이 상할 땐 말 할 사람도 없을테니....
자식이 애맨소리로 분통 터지게 할 때
엄마 생각이 나서,
"내가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절대 그렇게 속 뒤집어 놓지 않을테야.
지금 내 아이들 보란듯이 내 엄마한테 정말 잘 할거야."
나이 든 언니가 우스꽝스럽게 아이같은 다짐을 한다.
"언니, 되돌아 간들 역시나 마찬가지겠지. 자식은 부모가 될 수 없는 것을.... "
내게 없는 남편을 가진 그녀들이 오히려 가을을 탄다.
속이 타 들어가는 분노를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
고립되어 철저히 혼자가 되어지는 기분,
남편은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다지만
끝에 가서 만만한 샌드백 하나, 여유는 두지 않았던가.
나의 외로움은 간단하고,
그들의 외로움은 배로 복잡해졌다.
삶이 간단해졌으니 이만 나는 축배를 들어도 괜찮으려나?
머리 속에 전깃줄처럼 얼크러진 줄기들을
하나씩, 둘씩 잘라 내느라 한참을 애썼다.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나는 인식할 수 있지만
내 고독의 정체성에 관한한 알 수 없을 그들을 향해
나는 성자가 되었다.
이미 생의 바닥을 치고 올라왔노라고 감히 읊조렸다.
가을은 초입에서부터 성가신 분란을 끌고
아우성으로 일관되었다.
그들은 곧 잠잠해 질 것이다.
가엾은 언니와 동생을 바라보면서....
더 나은 삶도 없고, 더 못한 삶도 없을 가을엔 함께 무채색이어서 좋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