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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영원함이란....
    나의 글 2013. 9. 9. 12:36

    억지로 바쁜 얘들을 불러 모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만들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할 수 있다면...  번거로운 것이 더 성가실 판이다.

     

    그에게 먼저 가고, 그 다음이 아버지, 그 다음이  엄마.

    명절이 가까워 온다고 나름 마음 채비를 했다.

     

    살만해 진 것인가?

    엄두도 못낼 것 같은 마음이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

     

    큰 아이가 

    "외할아버지한테는 이모들이랑 가지,  혼자서 가긴 좀 지루하지 않을까?"

     

    그들이 보기에 엄마는 늘 위태위태 외줄을 자청하는 듯..... 

    이해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지만 하던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일요일 새벽 안개가 이토록 짙으리라곤 예상을 못했다.

    아직은 아침 일곱시,

    자유로를 지나쳐 아버지가 계신 파주까지는 염려했던 것보다 도로가 막히지 않았다.

    일찌감치 서둘러  가신 분에게 예를 갖추어 둔 게지.

    나처럼 게으름뱅이가 아니라면....

     

    엄마와 함께 합장이 되어 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자식들의 불찰로 아버지는 이 곳에, 엄마는 전라도 곡성에,

    세상 돌아가는 일이 수월하게 풀려주는 것도 의지만으로 될 수 없음을  다시 통감한다.

     

    짙은 안개 속을 질주하는 나,

    이번엔 혼자다.

    그와 함께가 아닌 오로지 혼자다.

     

    속도를 100으로 밟았다. 

    그가 없으니 이렇게 혼자서도 갈 수가 있는 거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듯 엄살은 괜한 것으로 물리쳐 두고

    익숙하게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 속에 새겨 두었다.

     

    물흐르듯, 순리대로의 이치를 진작에 깨우쳤다면

    살기가 이 보다 수월했을 것을....

    다 지나고 난 후의 안타까움은 언제나 부질없다.

     

    생각보다 훨씬 용감한 구석이 많은 나,

    공원묘지 관리소에 들러 관리비 정산을 했다.

    일년에 육만 육천원이란다. 

    앞으로 5년 후까지.....  누구도 모를 미래의 날을 위한 값을 치르고

    2년 사이 아득해진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갔다.

     

    혹시나 위험할까, 오토바이를 타고 뒤따라오던 직원이

    걱정스런 조언 하나를 던진다.

    "27년 되었으면 이만 화장해서 뿌려주시지요. 제대로 관리가 안 되면 그게 차라리 낫거든요."

     

    예전 같으면 그 소리가 치욕으로 들렸을 터인데,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두고 두고 붙잡아 두고 안타까움으로 죄스러울 바엔

    깨끗이 정리라는 그 단어가 참 맘에 들었다.

     

    결국 보여지고, 만져지는 것은 영원할 수 없음이다.

    그저 가슴 속에 품는 것임을.......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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