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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께 선물로 들어온 긴 팔 체크남방 두 벌을 드렸더니,
그 다음날로 입고 오셨다. 허드레 옷으로 입어도 된다 했다.
아끼고 아껴 두었다 입지도 못하면 안 되니....
아저씨가 텃밭에서 따온 둥근 호박 한 개를 내게 건넨다.
지난 번에 준 것도 아직 있는데 아저씨 마음이 고맙다.
아저씨를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유일하게 아주 오랫동안 봐 온 얼굴인 까닭에....
친구를 많이 사귄 것도 아니고,
막연히 나중에 그 때가 되면을 외치다가 꺾여 버린 삶,
그가 말한 그 때를 좀더 일찍 당겼어야 했다.
일할 시간을 그리 늘려 잡지 말고
능청스레 게으름도 피울 줄 알았어야 했다.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그 중 하나라도 덜 했어야 했는데, 같이 미련을 떨었으니.....
사는 동안엔 모를 일을 가고 난 후에 깨달은 모순이다.
그때 그리 열심히 살았으니 이만큼이라도 사는 게라고 변명을 한다.
누가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만, 속으로 속으로
깊은 무덤 하나 따로 둘까?
의리를 내세우며 2주에 한번씩 달력에 체크를 했었다.
그를 보고 온 날,
눈물이 고갈되면 의리도 심드렁해지는지
난 2주를 넘기고, 3주를 넘기고 어느새 한 달을 그냥 넘기고 말았다.
사는 사람은 결국 이럴 수 밖에 없을 것처럼
무심한 나,
중간에 누가 장난치는 것도 아닌데 발길이 그리로 가게 두지를 않았다.
죄스럽다. 하지만 마음이 요동치 않음은 내 잘못 또한 아님을....
억지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노라 자위한다.
이렇게들 살아가는게지.
별스럽게 슬픔을 달고 산들 가슴 속 멍은 지워지지 않을 것임에
다시 한번 힘주어 입술을 깨문다.
이른 새벽 찬 기운에 어울릴 동태찌개를 한 솥 끓였다.
식구가 아주 많은 것처럼....
빙 둘러 앉아 숟가락 딱딱 부딪히며 식사를 했던 때가 있긴 있었나?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언젠가 다시 올 듯 그 날을 꿈꾸고 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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