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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숨바꼭질나의 글 2013. 8. 20. 12:47
숨바꼭질 영화를 보고 오는 길,
시각은 새벽 한 시,
이왕 나온 걸음 아이들은 천천히 둘러보며 가자 했고,
엄마는 언제나 습관처럼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했다.
영화관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십분 거리,
집에 가서 따로 뭐 할 거 있느냐며 세 명의 목소리가 아우성을 쳐도
고집스런 엄마의 귀엔 귀신이라도 씌였는지 들리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미친 듯이 건넜다.
요즘 들어 가장 나쁜 딸이 되어 가고 있는 둘째가 큰 소리로
"엄마, 지금 미쳤어요?"라고 했다.
영화 속의 미친 여자 문정희가 바로 나였다.
아이들이 방금 전까지 목격하고 나온 인물.....
영화를 본 후 여운을 최대한 누리고 싶었던 둘째의 바램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엄마의 모진 횡포는
어디서부터 뿜어져 나온 것일까?
나도 모를 일이다.
두루 두루 자상하게 챙기며 보듬어 줄 웃음 가득한 엄마를 담아두고 싶을텐데
나의 딸들에게 나란 엄마는.. 참 모질다.
이상하게 쉽지 않다.
나란히 어깨동무 하며 보기 좋은 그림 하나 만들어 내기가.....
훗날 나이 들어 늙고 난 후에 엄마를 일컬어 원망을 늘어놓은들
할 말이 없게 되더라도 어찌 할 수 없다.
따로 할 것이 없대도
머릿 속에선 여유가 없다고 재촉하는 것을 뿌리칠 수 없는 초조함.
알아서 잘도 챙기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부족한 엄마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미안하다.
혼자서 잘난 엄마라서 미안하고,
가슴이 뜨겁지 못한 엄마라서 미안하고,
서슴지 않고 엄마를 비난해 대는 둘째의 아픈 송곳을 못 견뎌하는 엄마라서 미안하고,
그래서 이상한 엄마라고 몰아부친대도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고....
정상적인 엄마란 어떤 것일까?
다 큰 아이들이 몰아부치는 웅웅 소리에 나의 발작은 극에 달했다.
매송교 위에 불쑥 솟아난 잡초 한 줄기를 잡았다.
질긴 운명인 줄 이름값 하느라 수월하게 잡아 당겨지지 않았다.
그냥 포기했다.
아마도 뽑아졌다면 난 그 잡초로 아이 중 하나의 등짝을 갈겼을 지도 몰랐다.
화가 나서..... 에미의 속 마음을 그리도 몰라 주는 속상함에
엄마의 있는 그 모습대로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일일이 다 말하지 않는다고 모르는 줄, 함부로 단정지어버리지 말고...
엄마의 모양을 바꿀 수 없다면
꿈꾸는 이상형의 엄마가 못 된다 해도 안쓰럽게 봐 주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너희들이 아니더라도 한 밤중의 절망은 곡예를 하건만
이런 밤이 되기란 정말 싫었다.
일요일날 저녁에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