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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란 곳에서 찰옥수수를 싸게 판다고
둘째가 화면을 내게 들이댄다.
스무개 묶어 놓고 구천구백원이란다.
"엄마 싼 거지?"
- 글쎄, 그럼 하나에 5백원 꼴이잖아.
그림으로 보고 샀다가 낭패를 당할 수가 있으니
가락시장에 가서 사올까?
웬 가락시장?
지금처럼 가락시장이 공사를 하기 전까지
해마다 6월쯤엔 식구가 많은 우리는 옥수수를 자루로 사기 위해
들르곤 했었다.
보통 한 자루에 40개는 들어 있었지.
하나로는 성이 안 차 몇 자루씩....
마대 자루에 든 옥수수를 쏟아붓고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껍데기를 벗겨내기 위해
마주앉아 씩씩거리며 욕심을 부렸던 광경들
이런 내가 극성이라면서도
찰진 옥수수를 한 솥 쪄서 쟁반에 수북이 담아내면
그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얼굴이 되어
맛나게 먹던 그 모습들....
계절따라 따라오는 입맛이 추억을 거슬러 간다.
한번 가 볼까?
지금도 옥수수 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지나온 세월은 잊어버리겠다 작정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그냥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분신이 되어....
함께 추억을 되짚어 갈 수 있는 그 사람은 없지만
혼자서라도 추억 바라보기는 가능하다고 믿어 본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