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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목욕을 가신다.
쇼핑백 하나 달랑 들고, 이쪽 동네는 물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랫 동네 쪽으로 가 봐야겠단다.
내가 있는 사무실 근처 아파트에 사시는 그 분은 어림잡아 여든은 넘었지 싶어도
실제 나이를 확인하진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나의 안녕을 확인하시곤 하시는...
오늘도 나왔느냐며 웃으시는 분, 그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
왜 내가 고마운 걸까?
아침부터 그 분과 얘기를 하고 싶었다.
휴일이라 주변에 사람도 없고, 큰 길까지 따라나섰다.
"나도 아들이 셋인데 14년 전에 둘째를 잃었어.
그때 나이가 마흔 여덟이었지. 며느리는 마흔 둘이고,
우리 며느리, 은행을 다녀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어. 하도 고마워서 가끔은
새로운 삶 살으라고 해도 며느리가 결혼, 한번 했으면 했지 뭘 또 해요. 그래.
그래서 예사롭게 안 보여.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 보면 우리 며느리 생각이 나고..."
- 하긴 그럴 거예요. 이혼한 사람 같으면 몰라도 죽음으로 배우자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감히 하기 어려운 선택일 거예요.
"아직은 한참 젊은 나이야. 다른 생각 할 필요 없어. 열심히 일을 해야 해. 노는 것도 잠시...
늙으니까 돈 밖에 힘 되는 게 없어."
날더러 한참 젊은 나이라며 자극을 준다.
오래 살아온 어른의 이름으로 자칫 노는데 힘쓸가봐 쐐기를 박는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