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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11월 18일 오전 10:20
    나의 글 2012. 11. 18. 10:40

    어제 어머님이 김장김치 두 통을 가져다 놓으셨다.
    84세인 연세에 여전히 당신의 할 일은 놓치지 않고, 제 철에 맞춰 어김없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부재에도 어찌 저리 아무렇지 않게 내 살 궁리를 하나 싶어
    섭섭도 했지만, 어미된 마음은 독하게 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인가 보다.
    며느리인 내가 불편해 하는 걸 몇 번의 집착 끝에 눈치 챈 모양인지,
    동네 택시아저씨를 대절시켜 김치통만 아이들에게 넘겨주고 곧바로 다시 택시에 올랐을
    어머님의 마음은 어떤 색깔이었을까?
    나는 그 모습도 불편했다.
    차라리 모른체 하고 말지, 내가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난 나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이 슬픔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이 언제가 되어야 멈출까?

    세인과 다빈이는 김치를 가지러 내려갔는데 수련이는 왜 안 내려갔니?
    물으니 그냥 싫었다 한다.
    세인과 다빈에게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는 했니?
    물으니 "잘 먹겠습니다" 했단다.

    태어날 때부터 얼마 전까지 한 집에서 살았던 할머니와 손녀들인데
    이런 저런 굴곡진 상황으로 어색해지게 된 건 나의 탓일까?
    예전처럼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수련이가 다녔던 학원에 짐을 가지러 가야겠다고 함께 가잔다.
    "수련아, 이렇게 잊혀져 가는 게 맞을까?"
    - 엄마, 우리처럼 서서히 슬픔이 정리되는 것이 극히 정상적인 것일 거야."

    논술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 아이를 붙들고
    내 외로움을 털어내고자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하면서도
    자식이니 의지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부디 수련이가 맘 편히 대학에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걱정에
    엄마인 나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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