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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글 2013. 4. 7. 13:41

    봄 꽃을 피운 나무들은 하루 사이에 훌쩍 커져 있다.
    찬찬히 내렸던 어제의 빗물이 제 몫을 톡톡히 한 이유일테지.

    탄천 쪽 도로에 축축 늘어져 있는 노란 개나리가 그랬고,
    문득 문득 눈에 띄게 반짝이며 통통하게 살오른 하얀 목련도 그렇고...

    아직은 이른 아침,
    일곱시가 되려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해는 중천에 떠 있다. 쌀쌀한 기운은 있어도 봄은 봄인 것이다.
    휴일이 뭐라고
    나는 오늘도 일년내내 같은 아침을 진행중,

    문득 큰 아이와 백운호수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작년 5월이었던가.
    허둥지둥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묘약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내어 부숴버리고 싶었던 절박할 때가 있었지.
    생각해 보니 우습다.
    어정쩡한 엄마를 지켜줘야하는 책임감으로
    호수를 함께 바라보다가 손님 하나 없는 까페에 들어가
    이름 모를 가수의 재미없는 노래에다,
    팥빙수를 시켜놓고 멍하니 한 시간여를 앉았다가 오기도 했었던....
    그때 내 옆에 나의 아이들이 있었다.
    지금 함께 가자면 갈까?

    퍼부을 사람이 없다고
    만만한 큰 얘에게 엄마의 마음을 몰라 주냐 악다구니를 썼어도
    어른스럽게 꿋꿋이 올곧은 표정으로
    엄마 옆에서 함께 이겨내온 어설픈 동지애가 눈물겹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것이든 지나와서 돌이켜 보면
    왜 그 날들은 어설픈 것 투성이인지...
    다시 가더라도 역시 달라질 건 없겠지만
    몇 %씩 완벽하지 않으니 인간인 게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그 계절이 왔건만
    더 이상 목 놓아 울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그 때의 벚꽃은 아름다웁기 보다 처절한 슬픔으로 와닿았지만
    지금의 봄 꽃들은 그 때 슬픔 이상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빛나기까지 하니....

    제법 견딜만 해 진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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