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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11월 14일 오전 10:11
    나의 글 2012. 11. 14. 11:04

    몸의 이완이 부자연스럽도록 추위가 닥쳐왔다.
    어제 저녁엔 사골국을 한 솥 끓이고, 냉장고 속의 야채들을 모아 잡채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시간은 제각각, 부페식당처럼 알아서 챙겨먹으려면 늘 먹을거리는 있어야 한다.
    한가한 시간에 큰 언니가 보내온 마늘 한 접을 까고,
    자연스럽게 해오던 습관처럼 나는 월동준비를 하고 있다.
    그냥 최소한으로 살아가는 중이라 해도 20여년 살아온 습관이 한꺼번에 간단해 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경비실에서 택배가 왔다고 찾아가란다.
    다빈에게 다녀오라고 하니 일부러 잠자는 척을 한다.
    옷장을 열어 잠시 나갈 때 입을 겉옷을 찾는다.
    그의 거위털 패딩 점퍼에 배인 땀냄새가 여전하다. 이젠 맘대로 울지도 못한다.
    눈물이 많이 말랐나 보다. 펑펑 울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도 여의치 않아졌다.
    아이들의 잦아진 늦은 귀가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편하게 놔두지 못하고,
    그러고 보면 시집살이의 원인은 꼭 시어머니에 국한되어진 것은 아닌가 보았다.
    남편이 될 수도 있었고, 아이들이 될 수도 있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사람에겐 치사한 속성이 있어서 누군가의 탓으로 돌릴 때
    자신을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내곤 하지 않던가.
    가만히 나를 분석해 보면서 내게도 그런 성향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는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내가 복이 없는 사람인지, 복이 많은 사람인지 그것도 불투명하다.
    그가 있었어도 어쩜 이런 푸념섞인 삶을 노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그가 없어져서 온통 회색빛이 되어진 것처럼 내려앉았지만,
    언제쯤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원래의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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