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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루는 일...나의 글 2015. 12. 20. 16:01
일부러 작정한 것도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을 잊어버렸다.
좀 더 긴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아홉시 미사에 왔다?
새로 부임한 보좌신부님은
앞으로 함께 하는 동안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많이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미사 시작 전에 서로 사랑합니다를 외치자 했다.
그 분의 처음이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게
홀로 고독한 책임이 되지 않도록 응원을 멈추지 말아야 겠다.
성당 앞 장터에 오늘은 꼬막이 대세다.
한 바구니에 오천원 어치가 담긴 것도 있고, 만원어치 담긴 것도 있고....
우리는 적은 양을 샀다. 검은 봉다리를 들고 지나는데
곱상하게 생긴 할머니가 묻는다.
"그거 어떻게 먹는 거래요? 나는 강원도 사람이라 일평생 먹어 보지 않아서...."
- 데쳐서 양념간장 뿌려 먹는 것, 아마 전라도 사람들이 많이 먹을 거예요."
"잘 모르는 음식은 새삼 먹기가 그래."
나이 들면 겁나는 일 하나 없이 다 알 것 같아도,
여전히 천지가 신세계.
두려운 나머지 편안하게 익숙한 것을 더 파고드는지도 몰라.
지금의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툭 툭 내뱉어 버렸으면 좋을 말들이 수시로 나를 건들어 대도
꾸역꾸역 밀어내는 건 잘 할 수 있는데,
굳어진 표정은 어찌 하기가 힘들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면 어쩌나?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기에 ....
그냥 알아서 가늠하는대로 맡기고,
이 복잡한 심경을 무사히 넘기길 바랄 뿐이다.
기어코 불똥이 안 기사에게 넘어갔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속도 모르고 그러냐길래,
다음 주 그 때 일로 법원에 가게 되어 신경이 사납네요.
사람이 사람을 저울질 하며 함부로 무시하는 건 절대 안 됨을 알면서도
잘 나지 못한 그라고 무엇을 알랴 했는데,
뜻 밖에 답을 준다. 그는 그 일에 대해 처음과 끝을 아는 증인이었으니.
나보다 더 잘 알 것이었다.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약간의 책임도 느낄테고.
"저도 이 사람 저 사람 한테 물어 봤어요. 산재처리 해줬는데 또 돈을 요구한다니까
절대 겁낼 필요 없다대요."
- 물론 나도 잘 알지만, 법원에 가는 일은 참 두렵죠.
사람 다루는 일은 참 어렵다.
제 아무리 배짱 좋게 살아나간다 해도
남자의 심장과 여자의 심장 크기는 분명히 다른듯 하다.
"뭘 그리 겁내요?" 그 한 마디에 힘이 불끈 난다.
말없음의 근원이 곧 해결날 만큼.....
2015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