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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참 곱다!
"엄마, 립스틱 수련이 것으로 두 개를 오빠가 사온 건데 ....
수련이한테 하나 달라 해. 줄지 안 줄지는 모르지만.
내 껀 아이샤도우."
- 다빈이 것은 없네?
" 응. 대학 간 이후에 ...."
세인이 남자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가 2013년도 1월이었던가?
세인은 아직도 기억할 지 모르지만
처음 브루노마스의 Marry you를 들려주었다길래,
길 가다 이 노래가 나오면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그 친구가 느낌이 괜찮은 미소년으로 상상 되곤 했었다.
느낌이 ....
그 아이도 폐암으로 아빠를 떠나 보냈고,
세인 또한 비슷한 처지라 통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어느새 3년이 되어가는구나.
그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느낌만으로 선한 성격을 지녔을 것이라 섣부른 판단일랑 삼가라는데
왠지 그리 믿고 싶다.
요즘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당당하게 밝히는 세대란다.
엄마의 솔직한 심정으론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만나기까지는
없는 척 했으면 좋으련만....
한 사람에 꽂혀 모든 것을 거는 일은 때론 힘들기도 하니까.
하지만 세인은 순간에 일희 일비 하지 않는 성격인지.
오로지 그 친구에게 올인이다.
때문에 얻어지는 위로, 엄마는 알 수 있지.
어쩌다 나와 같은 생각을
머리 조아리고 가만히 들어 줄 수 있는 친구 하나 두는 일.
그것도 좋은 일이야.
누구나 두 갈래 길을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여력은 주어지지 않지.
그 하나도 감당하기 벅찰 때가 많을진대.
살아 갈 날이 아직은 안개속이지만,
부디 고운 사랑 잘 이어지기를.....
아직 사노요코의 사는게 뭐라고, 죽는게 뭐라고 책 두 권을 읽지 못한채다.
조금 전에 읽은 대목 중 하나에선
어릴적 글쓴이의 아버지가 뒤엎은 상에서 튕겨져 나온
천장 위의 달라 붙은 메밀국수 두 가닥.
내가 앉아 있는 사무실 바로 위 천장에도 그와 비슷한 흔적이 그대로인데.
그 때 우리도 무엇인가로 심한 언쟁을 벌였었다.
도저히 못 참겠는지 그는 감자볶음 냄비를 들었다 세게 놔 버렸고,
착하디 착한 그는 스스로 민망한 얼굴로 한참을 밖에 서 있었지.
그리고 둘 다 침묵.
그러고 보면 날마다 사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 건물을 부수기 전까지 그 흔적은 유효할테지.
남겨진 흔적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생성되는 기억의 밑바닥엔
외면할 수 없을 슬픔이 깔려 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체 해도.
2015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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