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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먼 길을....
    나의 글 2015. 9. 18. 11:03

     

     

       

     

     

     

     

    부러 내는 얹짢음은 많이 부끄럽고 미안해서다.

     

    아직은 온전한 서로의 내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매 순간 조심하고 마음 살피는 일 또한 게을리 해선 안 되는 삶.

     

    속 없이 부러울 일상에 왠 속앓인가?

     

    그러게.  생각을 접으면 그 뿐인 것을......

     

    여든 아홉의 어머님은

    거의 1년을 병원에 있었더니 진력이 난다며 잠시라도 집에 다녀오기를 원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절대 안 된다는 아들의 다독임으로 멈추었다가

    다시 하고, 또 하고....

     

    엊그제 일 처럼 젊은 날이 바로 앞에서 아른거리니 못 견딜만도 하겠다.

     

    내 맘대로 걸을 수 없는 때가 되면,

    했던 말을 수 없이 반복하는 때가 오면,

    조금만 귀찮아 해 줄 내 곁엔 누가 남을까?

     

    그럼에도 당신은 다행이신 분입니다.

     

    아침에 만나지 못한 다빈이 보고 싶어서

    초롱이를 데리고 학원 앞으로 갔다.

    밤 열 시!

    "엄마, 왠 일이예요?  먼 길을...."

    - 다빈이가 많이 보고 싶어서지.

    "엄마, 나 드디어 아침에 코피가 났어. 화장실에서 일 보다가 환호성을 질렀어.

     요즘 내가 엄청 공부를 열심히 하거든요.  그 증거."

    - 그래, 최고다!

     

    조수석에 앉은 초롱이를 꼭 껴안으며

    좀 전에 짜증이 났던 것은 수학문제가 까다로워서였단다.

     

    기특한 다빈이.

     

    누구든 속 마음과 겉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다지만

    마음 편하게 이제부터 보이는 그대로만 믿기로 했다.

    다른 것이 있을 거라 의심도 말고.

     

    다빈이의 투명한 표정으로

    하루내내 짊어졌던 멍에를 오늘이 가기 전에 다 부려 놓고 가야지.

    "엄마, 내일 아침엔 안 와도 돼요.  나 일찍 가요."

    - 엄마, 이만 갈께.

    "엄마, 나 안 나가 봐요.  화장실에 있으니까.

    - 그래.

     

    머뭇거리던 초롱이가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뛰어 올랐다.

    따라가야 할 사람을 아는 것이 신기하다.

     

    2015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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