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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집안에 남자가 없다?나의 글 2014. 1. 25. 12:22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는 어머님은 한방치료를 해야겠노라 말했다 한다.
오관절이라 짐작했으나 뼈에 이상이 없으니, 그것도 아니고.... 근육이 저려오는 현상으로.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86세란 연세는 적지 않은 나이다.
동생 둘을 앞세워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
의사의 지시 사항을 들으면서, 큰 아이는
"엄마! 아빠만 있었더래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텐데.
고모를 비롯해 모두가 여자들이었잖아요.
감정이 앞서 두서없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자니
남자의 역할은 그냥 서 있어만 주어도 힘이 될 것 같았어요. "
숫자가 많아도 하나만 못해 씁쓸했던 마음을 큰 아이는 밤이 새도록 내게 전한다.
내 말 지금 듣고 있어요?를 연신 확인해 가면서....
"자식을 가슴에 묻고, 묻고.... 할머니는 이제껏 수도 없이 그 말만을 반복하는데,
태어났으니 죽을 줄을 인정해야 하지만 연세가 많아 그런지 받아들이기 쉽지 않나 봐요.
먼저 죽음을 목격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은 고통의 연속이예요.
잠잠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반복되어질 아픔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때가 되면 용수철이 되어 튀어오르지요."
죽음에 대한 인정은 내가 그처럼 없어져야만 끝이 날 것이지.
아이가 중간 중간 스마트폰의 음악을 바꿔 들으며 넋두리를 이어갔다.
다 듣고 있으면서 무심한듯 표정관리를 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보태진 않았다.
그래서 다행으로 더 귀를 기울였다. 미안한 마음을 그로써 상쇄할 수 있다면야.
모두가 가엾어진 아이의 마음엔
그저 이해해야 할 가족이 하나, 둘이 아닌 것으로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다.
누구에게든,
"할머니가 날더러 제발 동생 성격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서 한번 시도를 했는데 안 되더라구요. 나는 나라서....
- 그건 그래, 너는 너일 뿐이야. 사람에겐 각자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어.
동생과 있었던 일련의 다툼에 대해서 담담히 제 느낌을 가감없이 풀어놓게 된 것도
지금이어서 가능한 일이지.
결국엔 다 내 탓일 수 밖에 없음으로 털어내고..... 인생무상으로 넘어갈 판이다.
어느새 새벽 세 시가 넘고, 네 시를 가리키는데, 우린 잠을 잘 수가 없다.
저쪽 방에서 공부를 하던 막내가
점심에 던킨도너츠 한 개 밖에 안 먹은 걸 깜박 잊었다고
도저히 배고픈 것을 참기 힘들다며 밖으로 나왔다.
이 새벽에 돈까스를 튀긴다.
아지랭이 같은 인생 걱정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시장기다.
언니들이 막내가 튀겨낸 돈까스 주위로 몰렸다.
소스를 뿌리고, 밥 한공기에 무말랭이 무침까지....
농담 서너마디 섞어가며 맛나게 고픈 배를 채우는 아이들.
그럼에도 너희들은 엄마처럼 심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부터 교대로 할머니 병실을 지키자며 순번을 정하는 아이들.
아직은 동참할 수 없어서 미안한대도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아이들.
누구도 그로 인해 눈물을 뿌리며 우왕좌왕 기댈 곳을 찾으려 하지 않는...
오래도록 살면서 가져온 우리의 습관은 차라리 잘 되었다.
어리광이 익숙치 않은 나의 아이들이어서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앞으로의 날을 위해선 이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니들이 도와줘야 엄마가 돈을 벌지. 나의 변명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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