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쯤 어머님이 보내준 마늘 한 접이 아무래도 싹이 날 듯 했다. 육쪽마늘은 아니라도 크기가 엄청 커서 한 접이라도 두 접의 양은 되는 듯 어제부터 오늘까지 짬짬이 껍질을 까다 보니 온통 마늘냄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말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걸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
자동차에 넣을 엔진오일, 부동액, 브레이크오일을 부품대리점에서 한꺼번에 사 두었다. 그가 없어도 챙겨야 할 것은 꼼꼼히 해 두어야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꼭 돌아올 사람을 위해 없는 동안 잘 관리하고 있어야 할 것처럼 나는 지독히도 착실하게 그 없는 ..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써서 언니에게 문자를 보낸 수련이가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수능시험 끝난 후유증이려니 생각하라 해도 세인이는 "쟤 때문에 집에 오기 싫다니까?" 엄마가 호되게 혼 좀 내란다. "어떻게 혼을 내니? 일시적인 현상이니까 네가 따뜻하게 받아주면 그러다 말 거야." ..
언니의 친구는 집도 여러 채 있어서 결혼해 분가한 세 명의 자식들에게 하나씩 해주고, 자신의 소유로 꽤 있는 재산은 죽는 날까지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데, 외로움 때문에 못 견디겠다고 내 집 한 채를 주고서라도 남자 하나 샀으면 좋겠다 했단다. 언니 친구 나이는 몇 살인데? "예순 ..
김장을 해야 하는데 이놈의 며느리는 전화 한마디 없다고 맘 속으로 벼르다 못해 동생인 나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 67세된 언니, 한 보름 참았으니까 오늘 저녁엔 기어코 한바탕 내색이라도 한단다. "뭐라고 할 건데 며느리한테..." - 그냥 "너 김장을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지도 않냐?" 그..
늦은 밤, 상일씨가 전화를 했다. 횡설수설,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하려다가 새벽에나 해야지 미루고 있었는데 자신의 집으로 하려다 잘못 눌려진 건지 "아 잘못 걸었어요. 누구세요?" 연신 묻는다. "아까 배달하고 빠뜨린게 있다고 전화 왔던데요. 왜 그냥 가지고 갔느냐고 그래서 아침 일..
광주 퇴촌 쪽에 텃밭을 크게 일구다 농사가 잘 되어 채소를 팔게까지 된 유미네 엄마, 아빠가 사무실에 들렀다. 세인아빠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는 여전히 그들과의 교류를 끊을 수가 없다. 아름이네 빌라 분양이 하나도 안 되어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다 세인아빠라도 불러와서 걱정을..
엄마의 제삿날, 전라도 곡성 기도원 산 중턱에 수목장이란 명분하에 묻혀 계신 나의 엄마, 어느새 5년이 지났다. 멀다, 그곳은 너무 멀어서 지금 혼자가 되어진 나는 갈 수가 없다. 내 사는 일이 한가해져 다 놓고 가는 날이 언제쯤 올까? 그가 있을 땐 아침 일찍 서둘러 다녀오면 그곳에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