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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끝내고 온 동생에게 이렇다 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은 언니와, 알아서 씩씩하게 자신의 일처리를 하는 둘째는 그래도 한 켠에선 따뜻한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저녁무렵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표정 없이 대꾸하는 언니가 얼마나 미웠던지 들고 있던 수건으로 언니..
유익종- 구월에 떠난 사랑 다시는 내 모습 볼 수 없다 하여도 너 떠난 그 빈 자리 가을은 가고 이 계절 다시 핀 하얀 네 모습 가을 향기 풍기는 얼굴 코스모스 고개 들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너 떠난 그 빈 자리 지난 여름 이야기 또 한 번 이렇게 느껴 보지만 떠나지 마라 슬픈 구월엔 꿈에..
어제, 신림동 형부께서 감 한박스를 보내주었다. 은영이네 줄 것을 제일 좋은 것으로 따로 담아두었다. 수능시험을 끝내고 온 수련이는 재수하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수련이가 마음 편해 하니까 엄마는 마음이 더 좋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더 좋겠지만 열심히 애쓴 과정이 ..
잠을 푹 잘 수 있겠다고 하더니, 새벽녘에 몇 번을 깨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는 수련이,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뜨끈뜨끈한 밥을 해 먹이기 위해 정확히 네 시 반에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시금치된장국에, 호박전을 부치고 보리차를 보온병에 따르고, 밀크쵸콜렛 한 봉지와 박카..
우연히 야탑을 지나다 성마르코성당엘 들어갔다. 우리 수련이를 위해 작은 기도라도 드려야지. 봉헌함에 1000원짜리 지폐를 넣고, 작은 촛불을 켰다. "기도는 할 줄 모르지만 알아서 마음을 헤아려 주시는....." 마음의 문은 닫혔는데 눈물은 샘물을 이뤄 그칠 줄 모른다. "당신은 내 마음을 ..
사랑하는 처제님! 뭐 이렇게 좋은 가디건과 양말을 보냈어요? 나는 해 드린게 하나도 없는데... 아무튼 부끄럽지만 멋있고 말끔하게 잘 입을께요. 그리고 수련 조카 시험 잘 보길 기원합니다. 시험끝난 후 고민 할 일이지만, 어느 학교에 들어가느냐 보다 전공하고 싶은 학과에 촛점을 맞..
어제 내가 만나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을 나열해 보았다. 후배 은명이, 뒤늦게 시집을 가 쌍둥이 자매와 막내까지 세 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얻은 후배, 목소리까지 걸걸해져 나는 아줌마가 맞다고 외치며 "언니 이제 좀 괜찮아?" 한다. 그 간단한 안부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럼 괜..
비가 찬찬히도 내린다. 억수로 퍼붓는 비는 그칠 기약이라도 있지, 이렇게 차분히 내리는 비는 종일이라도 내릴 기세다. 태풍을 동반하지도 않았으니 농사에 큰 지장도 없을 것이고, 여름 장마비가 아니니 뉴스에서 난리굿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냥 당연히 오려니 하는 늦가을 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