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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구경꾼이 되어.....나의 글 2013. 12. 25. 15:41
혼자서만 하는 노력은 어쩐지 힘이 없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날,
바랬던 일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날,
덕분에 하룻동안 힘이 솟아났던 것으로 대체하면 나아지려나?
사람이 하는 일이란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넘나들며
깨달음의 이치를 확인하는 일.
그것 말고는 달리 해소방법이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해서 재미난 일로
밤을 샌 것도 아닌데,
해가 중천에 떠 있도록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일곱시 오십분이니, 제법 날이 밝다.
간헐적으로, 심심찮게 잠결에라도
동생이 보내온 카톡소리에 응답은 놓치지 않았는지
꾸역꾸역 간단하게 답글이 쓰여져 있다.
새벽 네시 반까지....
그들은 제법 의미있는 성탄 이브를,
언니도 잠깐 올래? 슬쩍 비쳤지만 "이따 봐서"
낄 자리, 비킬 자리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점쟁이는 저리 가라다.
온전히 뿌듯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도 허전한 마음 친구들과 뭉쳐서 위로받고 있을 뿐.
한참 들뜬 후에 남을 허전함은 더 싫다.
그리해서 시도를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잠자코 구경하는 일 또한 싫지 않아졌다.
즐기자고 하면 어떤 것이든 못할 게 무엇인가.
이런 모습이 가장 나 다운 것이어서 좋기도 하다.
새삼 안 하던 행동 나대다가 뻘쭘히 우스워지면 볼썽 사나울테지.
내가 있는 곳의 새로 온 경비 아저씨가
두 달을 못 넘기고 그만 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왜 그런가 물었었다.
역시나 야쿠르트를 사면서,
나는 우유와 에이스를 사고, 아저씨는 야쿠르를 사고....
그 분이나 나나 사는 동네에 이런 음료수가 없겠나?
이왕이면 갈아 주는 것이지.
"저 아저씨! 내가 관리소장에게 물어 봤지. 셔틀버스 기사와 청소 아줌마 때문이야.
그 둘이 불륜이잖아!
함께 모여 식사 시간에 눈꼴 신 행동을 많이 봤던 모양이야.
일평생 꼿꼿하게 바르게만 살아온 분들은 그것이 용납이 안 되는 것이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덜렁덜렁해서 눈 한 번 감아 주면 되는데...."
그저 바라 봐 주는 일임에도 용납할 수 없어서 괴로운 성격도 있다.
착실해도 너무 착실해서,
그런데 저 아줌마, 무척 심통이다.
청소 아줌마의 스캔들을 유난히 부각시키는 저의라니...
너도 안 되었고, 나도 안 되었고, 다들 가엾은 것을,
시절 인연 또한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안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무덤덤하게 반복되어질 온갖 사연 구경하는 재미로 살아갈 뿐이다.
세상이 더 없이 좋아져 스마트폰 손에 꼭 쥐고 있으면
가만히 누워서도 몇 시간이고 구경할 것이 얼마나 많던지.
성질도 죽이고 긴 말도 줄이고,
조용히 네모판 속의 세상에 집중하고 있게 된 나를 일컬어
엄마도 이젠 중독자가 다 되었다고 했다.
대체되어진 친구가 어지간히 집착이 깊다 하겠다. 스마트폰.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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