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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밤 마실....나의 글 2013. 12. 26. 12:52
"개업 7주년 기념 세일"이 큼지막하게 붙은 횟집은
7년 전 나와 같은 날 회사를 그만 둔 동료의 일터다.
그럼에도 꾸준히 여기까지 잘 견뎌내고 있는 걸 보면 적성이 맞기도 했나 보다.
작년, 재작년에는 성탄절이라고 손님이 없어 한산했는데,
이번엔 예상치 않게 밀려 든 손님 때문에 정신이 없다 했다.
아직 회사에 남은 아내에게 빨리 와서 도와 달라는 걸 보면....
그들은 사내 커플이었다.
둘 중 하나가 그만 두어야 한다면 대부분이 여자가 그만 두지만
갇혀 있는 걸 싫어 했던 남편이 양보한 끝.
선택은 잘못 된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서강대교를 질러 여의도로.....
여의도공원 너머 IFC몰이 새로이 생긴 것 말고는
세월이 잠깐이게 그대로인 것이 더 많아서 위로가 되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할 즈음에 들른 회사에서
횟집의 아내를 만났다.
급하게 남편을 도우러 택시를 타고 간다는 걸
"내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봐봐." 의기양양하게 붙잡아 태웠다.
- 신기하다. 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될줄은.....
세월 탓을 연발하며 미뤄왔던 발걸음, 우연찮게 막내 때문에 이도 가능한 일.
정말 뒤늦게 전해 받은 돌로 된 공로패 하나.
새겨진 날짜가 2006년 7월 1일로 되어 있다.
그 때는 직장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시련은 없을 줄만 알았던 시절.
여의도 쪽에 불이라도 활활 나 버려라 저주를 퍼부었던 시절,
지나고 나니 정말 아무 것도 아니게 이처럼 웃으며 들어설 수 있는 것 또한
만만한 세월 탓일테지.
이 익숙한 거리, 아침 저녁으로 남편이 열 일 마다 않고 태워다 주었던 이 거리.
내 출퇴근 때문에 자신의 수입에 지장이 많다고 투정하면서도
기어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추억. 옆에 막내가 기억을 해냈다.
"엄마, 저 주유소 앞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기다렸었지. 아주 많이 늦을 땐."
바쁜 중에 나와 막내에게 광어회, 문어, 굴, 새우튀김 등의 거한 음식을 한 상 차려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우동이나 돈까스덮밥을 먹지 말 걸 그랬다.
그냥 한꺼번에 세 끼 먹은 걸로 치죠.
그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거기다 그 집 중1 막내가 가져온 케잌까지....
모처럼 잠깐 들르자고 온 날, 그 집 장사가 대박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들어서자 마자 주방으로 돌진, 설겆이를 자처하는
후배의 모습이 어찌 예전의 나 같기도 하다. 나도 그러고 살았는데....
내친 김에 홍은동 동생네까지 들렀다 와야겠어서 광어회 대자를 포장해 달라 했다.
무척 한가해 미칠 것 같다가도, 이렇듯 작정하면 갈 곳이 이리 많은 줄 예전엔 몰랐었다.
동생과 동생의 남편은 서른에 사고로 떠난 형을 추모하면서
기타와 하모니카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제비, 동숙의 노래, 빗속을 둘이서, 아베마리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듣고 싶은 "동백 아가씨"는 그들이 우는 통에 듣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하모니카 소리와 기타 소리를 스마트폰에 담아 내느라 내 눈물 쯤이야,
충분히 감출 수 있었지만 동생은 자꾸만 내게 왜 눈물이 안 나느냔다.
"눈물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는 것, 이젠 그 정도의 성숙한 모습은 되어야지."
"사실은 하늘나라에 있는 그들은 아주 편안할 것이다.
곱씹으며 집착하고 보고 싶어서 미치겠는 우리들이 괴로운 것이지."
- 정말 그럴까?
의심이 많은 그들이 이 깨달음을 알 턱이 없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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