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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그 곳에 가면....
    나의 글 2013. 12. 24. 16:53

    열일곱 살 된 남자 아이는 왜 그래야 했을까?

    새벽같이 연락을 받았지만

    침울한 감정, 일찍부터 간직하며

    칙칙하게 휘장 친 어둠으로 하루를 몰고 가고 싶지 않았다.

    사노라니 행복이건, 불행이건 적절하게 분배하는 능력이 내게 생기고 말았다.

     

    안타깝고 슬픈 마음은 이따가 인천의 어느 병원을 향해 출발하면서부터다.

    둘러 보니 세상은 정말 요지경.

    한 쪽은 행복에 겨워 미치겠다고 띵가 띵가 배를 두드리는데,

    다른 한 쪽은 마른 거품 토해 내며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하기를......

     

    밤길 운전은 언제나 무섭다.

    그것도 고속도로에서의 질주는, 

    93.9 라디오 채널에선 디제이가 오미희였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가 임박할 즈음인가?

    발라드나  트롯트라도 울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시기에 알맞게 온통 캐롤 뿐이다. 

     

    친구가 말했다.

    "아무래도 내 기도가 부족했나봐!"

     

    도대체가 검은 비닐봉지를 얼굴에 쓰고 세상을 떠나야만 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서 기막힌 아이의 엄마는 나의 친구다.

     

    어안이 벙벙한 그 또래의 아이들로 가득한 그 곳,

    같은 반이라고 몰려 든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 어정쩡한 표정,

    그들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

    사춘기가 길었던 거야,  여자 친구가 있었나?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도 다 풀어 놓고,

    카톡 내용도 일부분 지우고,

    죄송합니다,  유서를 적어 내려간....

    아!   지금 이 순간, 저토록 옹기종기 모여 앉은 순진하디 어린 아이들은

    수십 년이 지난  어느날 문득,  학교 다닐 때 그런 아이 하나 있었지!

    그러고 말 것인 안타까운 소망 하나로.

    간신히 기대치를 접는다.

     

    귀한 선물 하나가 이렇게 사라져 갔다.

     

    장례식장 주변은 온통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그래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삭막하게 고요했다면 그 또한 미칠 노릇이었을지도.

     

    엄마도 울지 않았고, 아빠도 울지 않았고, 한 살 위의 누나도 울지 않았다.

    옆의 친구가 왜 저리 멀쩡하냐고 내게 묻는다.

    이상하다고,  저러다 한꺼번에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닐까고.

     

    살같은 내 새끼를 어찌 눈물 한 방울로 맞바꿀 수 있을 것인지,

    친구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죽음은 이렇듯 느닷없이 쳐들어 오기에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엉엉 소리내어 통곡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그리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가슴만 먹먹한 것이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조용히 물러 나오는 수 밖에....

     

    "연안부두 어디 쯤에 배삯만 주면 배 타고 나가 바다에 뿌릴 수가 있대. 

    뿌려 주려고..."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달이 왜 이리 커다란 것일까?

    다른 친구들을 보내고

    차에 오른 후에서야 흐르는 눈물,   졸음도 사라졌다.

    다음엔 누구와 이런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일지,

    허무한 세상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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