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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쳐야 산다!나의 글 2013. 12. 16. 18:06
정확히 약속대로 저녁 열 시가 되어서 막내가 들어섰습니다.
홍대 어느 클럽에서 랩을 발표한다고 집을 나선지 열 시간 만에.....
생각보다 일찍 왔길래 혹시 재미가 없었나 물었지요.
"조금 지루했어요. 중학생은 나 뿐이고, 다 늙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엄청 신기했어요. 그런 자리가.
그 사람들 정말 잘해요. 난 처음이라 좀 그랬지만."
- 늙은 사람들이라? 그럼 4~50대도 있었단 말이야?
"아니요? 스물 네 살 그렇게, 엄마도 참, 내 나이에서부터 계산을 해야지요!"
- 지루했다면 이젠 재미 없어 안 가겠네?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고, 오늘은 잔뜩 긴장을 해서 피곤했다는 거죠.
아직 안 끝났는데 먼저 가야겠다고 왔어요."
눈높이를 내 쪽으로 걸어 놓고 스물 몇 살을 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나,
그런 나이에도 랩을 하나? 순간 멍청한 생각을 했습니다.
뜬금없는 눈빛을 보내는 제 언니들 보다 확실하게 믿어주는 엄마 빽을
의지한 것이 분명합니다.
언니들로 하여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묻게 만든 걸 보면....
점심도 굶고, 저녁도 굶고 산넘고 물건너 배낭 하나 메고 먼 길까지 혼자서,
좋아서 하는 일은 그런가 봅니다.
좋아서 미칠 것이라면 싫증이 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그래도 여전히 좋아질 것이라면
삶의 활력소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은 것,
좋게 좋게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무엇에라도 미칠 수 있어야 사는 것 같이 사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나 또한 이토록 미쳐 있는 것이 있으니 사는 것을....
너나 나나 각자 이유 있게 미쳤다가 행복한 얼굴로 마주하기
그 깨달음까지는 알아졌습니다.
떠나간 사람에 대한 깔끔한 인사, 끝 소리를 높이며 "안녕! 잘 가!" 까지 깨닫고 났으니
곧 하산해야 할 판입니다.
처음엔 뻘쭘히 고개를 내밀다가,
슬그머니 한 발짝씩 다가들다가,
갈 곳 없으니 하릴 없이 죽치고 앉았다가,
이젠 작은 사랑방이 되도록 미쳐 있으니
달리 재미를 붙이고 살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에겐 이 곳이 제격입니다.
술에 미치고, 도박에 미치고, 허황된 사치에 미치는 것 보다야
나와 맞추어 알맞게 미칠 곳을 알아냈다는 것만도 이미 내겐 축복인 것을....
그래서 올해는 정말 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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