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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홍대 고고스!
    나의 글 2013. 12. 15. 11:13

    아침 일찍 나오려는데, 

    중3 막내가 화장실로, 주방으로 내 주변을 유난히 빙빙 돕니다.

    "엄마,  재활용 제가 치울까요?  세탁기 빨래 널어 둘께요."

    유난히 살갑게 굴길래

    "왜 무슨 할 말 있니?  어디 가려고?  용돈이 필요한 거니?" 

    계속 고개를 젓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철이 든 느낌인지라  예쁜 막내입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선생님 앞에 선 자세로

    "엄마, 저 오늘 어디 좀 다녀올 건데 허락 좀 해주세요.

     홍대 앞에 가요."

    - 왜 또 랩 하게?  동호회 같은 거라도 들었었니?

    "예,  제가 랩 가사를 썼는데, 와서 한번 해 보라고....

     다들 고등학교 언니들이라 괜찮아요.

    객석은 30명 정도인 무대인데 홍대 쪽이 다 그렇지요.

    공부도, 미술도, 음악도 골고루 하면 좋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좀 늦을 것 같아요. 아홉시에 끝나니까  서둘러 올께요."

    - 그럼 엄마가 데려다 줄께.

    "아니예요.  됐어요.  아는 언니랑 함께 가기로 했어요."

     

    엄마는 괜찮은데,  언니 둘의 참견이 더 무섭다며, 

    엄마의 통쾌한 허락에 좋아 어쩔 줄 모릅니다.

     

    제 딴엔 딴 짓 하는 것으로 알까봐 눈치 보며 전전긍긍했지만

    난 막내를 절대적으로 믿거든요.

    괜한 호기심이 아니라 벌써 일년이 넘도록

    꾸준히 곡을 만들어 가사를 붙이며 재밌어 하는 걸 알았기에....

    이런 엄마를 위 두 언니들은 혼내라고 부추겨 댔어도

    저렇게 즐겁게 사는 일, 아무나 못 하는 것 부럽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엄마가 자기 편이 되어 있는 걸 확인하면서부터

    막내가 살가와 진 것도 아마 그때부터였네요.

     

    오늘 아침 참 즐겁습니다.

    막내가 일일이 자신의 근황을 일러 주며 머쓱해 하는 모습을 본 것도 그렇고,

    이것 저것 흥미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도 그렇고,

    "엄마, 나는 무엇이든 잘 하니까 걱정 마세요."

     

    무엇이 그리 기뻤을까요?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뒤꽁무니 흔들며 신나게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니....

     

    일일이 쫓아 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막내가 참 고맙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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