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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봄날
    나의 글 2013. 12. 4. 15:27

    무지하게 힘들었던 겨울,

    왜 내게만 있는 것이냐고 사는 내내 푸념으로 일관했더라도

    한방에 봄날이 찾아들면 이전 것은 오늘이 있기 위한 포석 쯤으로

    순식간 다 좋은 해석이 되고 말지.

     

    그 좋은 봄날,  혼자서 어깨춤을 춘들 봐 줄 사람 없으면.....

    그래서 주변에 사람을 만들어 두어야 한댄다.

     

    나의 동생은 요즘 봄날이다. 그렇게 사이가 안 좋더니

    오래 살고 볼일처럼....

    결혼기념일이라고 남편이 케잌과 용돈 등 선물을  잔뜩 사들고 왔다며

    "이런 날이 있으려고 그동안 그렇게 사나운 날의 연속이었을까?

     뒤돌아 보니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  하면서

    카톡방에다 열 서너개의 스냅사진을 보내왔다.

     

    그렇게 마주 보며 지나간 날 되돌려 회포 풀 수 있는 남편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우선 엇갈린 신발끈이면 어떻나,

    다시 바로 매면 될 기회라도 있으니.

     

    어느 드라마에서 자신에게는 상처 깊은 이복동생을 일부러라도 끼고 있는 이유를 들어

    여자 주인공이 말하더군.

    "내가 너를 이렇게 챙기는 데는 내 살아온 역사를 증명할 사람 하나쯤 있어야 겠어서....

     너마저 없으면 여기까지 이어져 온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서라고..."

     

    참 좋은 얘기다.

     

    잃고 나니 사람에 대한 귀중함으로 목이 메이는 것을

    영악한 눈과 귀를 가진 이는 이런 나를 보고

    미리 알아 챌 수 있어서 좋겠다.

     

    그러고 보니 난 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네.

    그들의 행복을 보란듯이 내게 보여주는 것 또한 그리 기분 나쁘진 않더군.

    생각해 보니 슬금슬금 의식해서 감추는 일이 더 불쾌할 것 같기도 해.

     

    한 친구도 비슷한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그날 뭐했느냐고 물으니

    "우리?  몰라!  그 날 된통 싸운 것 같아.  날짜가 무슨 상관이야."

     

    날 위해서 돌려서 한 말이든 아니든 중요하지도 않은 걸

    이젠 혼자 속상해 할 일도 아니게 되었다.

     

    슬픔도 누적되어 두툼해지면 감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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