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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두서 없는 날.....
    나의 글 2013. 11. 15. 19:13

    오후 다섯 시,  큰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와 있을 시간.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곧 어둑어둑해지겠건만 아직 연락이 없다.

     

    아침 일찍 나오는 길, 김치통 두 어 개와 배즙이며, 홍삼이며, 감이며, 떡이며 

    어머님께 드릴 모든 것들을 차 드렁크에 잔뜩 실어 두었음에.....

    내쳐 가 주었으면 참으로 간단한 일들을 이리 어렵게 풀고 있다.

     

    큰 아이가 작은 소리로

     "그냥 엄마가 얼른 갔다 오면 수월할 것을, 한 사람을 더 거쳐야 하니 참 번거롭다"

    말하는 것을 듣긴 했지만 나는 안 들은 것으로 했다.

     

    쉬운 일,  어찌 보면 아주 쉬운 일인데

    아직도 내게는 구만리 먼 일.

     

    김치 한 통 가지고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했다. 큰 아이를 통해...

    굳이 필요치 않다 해도, 이제껏 해 온 일 놓을 수 없는 질긴 집착.

    나는 성가신 마음에 감히 집착이라는 표현을 쓴다.

     

    종일토록 두서없이 서성이는 나를 보았다.

    한동안 참 좋았었는데, 

    이렇게 들쑤시는 날엔 차를 후진하다 긁히기도 하고,

    가슴이 다시 쿵쿵 뛴다.

     

    많이 진정되기는 했어도,

    다른 도리는 다 할 수 있지만 사람 만나는 일은 도대체 쉽지가 않으니....

     

    봉투에다 돈도 넣었다.  할 수 있는 것은 트렁크 안에 가득 넘치고 넘쳐났다.

     

    사람만 이리 부실한 몸짓을 할 뿐.....

     

    큰 아이가 깜박 잠이 들었는지 다섯 시 반을 넘겨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스멀스멀 혈압이 오르기 시작했다.  잠깐일 시간이 한참은 지난듯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진정을 하자.   이 쓸데 없을 화를 뭐하러 내는가?

    내 맘이 두서가 없으니 공연히 부아가 난 것이지.

     

    이보다 십분이 더 지나  느릿느릿 아주 여유로운 걸음으로 아이가 걸어 나오길래,

    "약속 좀 지켜라.  너에겐 십분이지만 엄마는 한 시간이 넘는 거다. 

     사무실 비워 두고 나오기가 얼마나 속타는 줄 아냐?"

    이러지 말기를 수시로 다짐을 하면서도 오늘은 속수무책이 되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싶은데, 

    예견된 암초는 여전히 자지러질듯한 비명을 유도하고 만다.

     

    나는 아직 멀었다. 

    아이가 다시 슬며시 말했다. 

    "엄마,  김치통 내려 주면서 슬그머니 할머니한테 아는 척 해요.  뭐 어때요?" 

     

    골목 어귀까지 들어가면 알아챌까,

    큰 길가에 차를 세워 두고 보따리 보따리를 챙겨

    그로부터 두번째 집까지만  가기로 맘을 먹었다.

     

    아직은 거기까지다.  그게 무어라고 혼자서 금을 그어 놓은채,

    하나, 둘을 세고 있는 꼴이다.

     

    나의 최선은 여기까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런 기행을 누가 이해할 것인가? 

    시간이 이리 흘렀어도 납득되지 못할 이 모순을.....

     

    어떤 이가 그랬었다.  무슨 일이든 삼일을 넘기면 안 될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나는 너무 지나쳐 버렸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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