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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는 사람, 남은 사람나의 글 2013. 11. 13. 17:36
독한 약에 취해 본 사람은 안다.
"언니, 00 후배 알지? 죽었대. 지금."
그 역시 암이었다.
어떡하냐? 그런 말은 무의미하다.
시기를 당기고 늦추고 여부에 따라 사는 날이 길었을 뿐,
산다고 살았을까?
긴 허무 전이되어 슬픔 한자락 보태는 것으로
그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침묵은 잠시, 받아 놓은 날짜 거역하고 싶어도
도리 없을 속수무책, 누군들 살고 싶지 않겠나!
갈 사람 또 그리 가는구나. 오던 길 되돌아 가듯.
삶과 죽음은 하나다.
중3짜리 막내, 고등학교 지원서를 들고 고심에 빠졌다.
빡세게 공부 시키는 학교로 갈 것이냐,
그럼에도 설렁설렁 도망갈 구석이 있는 학교를 택할 것이냐를 두고....
어차피 오십보 백보인 줄 알지만.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주변에서 하도 겁을 주니,
고등학교가 지옥처럼 여겨졌는지 씩씩했던 막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공부도 해야겠고, 좋아하는 랩도 해야겠고
두 가지 병행할 수 있는 꾀를 있는대로 내 보다 언니들한테 들켜버렸다.
잠시 잠깐 허무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에게 간절함을 호소한다.
좋을대로 하라고.... 그래 줄 것 같았나 보다.
그 순간엔 그럴 수도 있었다. 공부가 무엇이냐며, 이 소란스러움이 더 싫은 탓으로.
내겐 참 그 놈의 열정이란 것도 없다.
그저 지들이 알아서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무심함은 고쳐서 될 것도 아니다.
부질없음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잘못으로, 그 쪽에 관한한 이토록 먹통이니...
언니와 몇 시간의 협상 끝에 퉁퉁 부은 얼굴로
"엄마, 도장 어딨어요?" 결국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나 보다.
결국 누구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는 불투명하지만
결론 내어지는 대로, 그것이 지금의 일인 것이 중요할 뿐.
양갈래 길을 내어 갈 수 없을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한 길,
무심한 듯 도장을 내어 주었다.
퉁퉁거리는 발걸음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제 멋대로 고집을 주장하기엔 아직은 순진한 나이다.
"사실, 언니도 아직 가 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하지만 원리원칙은 불변이야.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3년동안 일단 빡세게 공부는 해야 하는 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그것은 비껴갈 수 없어."
동생에 대해 엄마보다 속이 더 타는 언니들.
감히 끼어들 수 조차 없이 조목조목, 나는 조용히 물러섰다.
과감하게 진로에 대해 짚어주지 못하는 이 부족함, 이럴 때 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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