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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게도 그랬던 적이.... 바람이다나의 글 2013. 11. 11. 16:47
이대로 달걀 껍질을 깨 부수고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껍질은 단단하기 이를 데 없이 응고되어 더 이상 늘려잡을 수 조차...
얄팍한 껍질 안이라도 빛이 없으면 깜깜한 밤이다.
웅크리고 들어앉은 몸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곧 터지기 직전,
그래도 그 껍질을 건드리기는 두려웠다. 잠자코 발길질도 삼갔다.
바깥 세상은 어떤 빛으로 나를 향해 비출 것인가?
그래서 더 움츠리며 관망을 했었다. 한껏 구부려진 몸을 꼭꼭 오므리면서....
어미 배 속에 자리잡은 태아는 이런 두려움을 알까?
든든하게 지켜 주는 모성애에 감히 고개를 조아린다.
세상 밖은 더 없을 사랑으로 가득할지니 염려는 붙잡아 두어라.
숨을 쉴 수가 없을지언정 내 부풀어진 몸으로 인해 박살이 나 버릴
견고하게 올곧은 껍데기가 염려되었다. 지켜 두리라.
염려는 꿈틀 대며 용솟음 치고든 삶의 욕망을 견뎌내지 못하였다.
구경꾼으로 마냥 바라보아야만 하는 세상은 한낱 종이 조각,
살아 움직일 숨소리가 그리웠던가. 갑갑해서 못 살겠다 했다.
그래서 염치를 불구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이만하면 되었다 해서가 아니고, 신이 내게 눈물을 멈추게 해 주었던 게 맞다.
신기했다. 눈물이 바닥이 날 줄은....
모르고 살아서 좋은 세상이 있고,
알면 알 수록 쉬워질 세상이 있더군.
바람 든 무우는 수분이 소멸되어 더 이상 쓸모가 없지만
사람의 세상 바깥으로 튀어 나온 바람은 그 여부에 따라 날개를 단다.
변해가는 일도 일종의 바람일 것이 분명하다.
시선 따위 신경 쓰자면 견고한 달걀 껍질 속으로....
하지만 나의 바람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비대해진 마음이 세상의 많은 곳을 보아 버렸으므로.
이토록 좋은 세상 혼자 옴팡지게 누리게 되어 미안하지만
당신이 나에게 남겨 준 유산 하나,
참으로 거하게 쏘았노라 그저 허허 웃고 마시오.
혼자 남겨 둔 일. 천불날 것 같으면 어디 와 보시든지....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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