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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나의 글 2013. 10. 30. 11:05

    컴퓨터 모니터에 올려진 가을풍경 가득한 그림으로  무척 행복했었다.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멋진 풍경이야 충분히 널리고 널렸지만

    내 발길이 닿아 있는 가을이란 다른 감동이지.

    그 곳에서 숨을 들이 내쉰 흔적까지 되짚어 보자면

    키득키득 혼자서 미치게 웃고 또 웃는다.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미리 주문했던 쵸코우유 열 개를 갖고 들어섰다.

    "무슨 사진이여?"

    - 예, 제가 산에 좀 다녀 왔네요.

    "동호회?"

    - 아니요. 나와 같은 분들이요.

    "그럼 다들 애인이 있겠네?  혼자 되었으니...."

     

    긴 말 없이 모니터를 아래로 내렸다.

    다른 말 더 할 것이 없었다.

    진작부터 보이도록 하지 말 것을,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나의 불찰이다.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 앞에서...

     

    언어란 것이 표현을 어찌 하느냐에 따라 참으로 아름다웁기도 했다가,

    징그러울만치 추잡스럽게 변질되어지기도 하니,

    느닷없는 이 불쾌한 공해를 어찌 날려 버려야 하는가?

     

    아니요? 그렇지 않은데요?라고 애써 변명이라도 해 두어야 할까?

    왜 그래야 하는데,  배우자가 아직껏 있으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 불쌍하다고 여기며 행복만땅이라 부르짖는 저 우매함을 어찌 이길까?

     

    깨끗이 승복해 버리자.  무슨 싸움을 한 것도 아닌데, 

    아주 짧은 찰나동안 나는 머릿 속에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비로소 참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내 성역에 불청객으로 등장한 그 녀.

     

    이런 분위기를 눈치 없을 찬물이라 해야 하는가?

     

    미간을 찡그리며 내색하면 지는 것이다.

    절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봐서도 안 되는 것이다.

    조용히 나 혼자 마음을 먹었다.

    내일부터 나는 야쿠르트 아주머니에게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억지로 사두었던 우유며, 요플레며 양을 줄일 것이라고.....

     

    나 또한 그깟 일로 뒤끝 작렬이라고 독하다 할지라도

    인간끼리의 관계 성립이 이처럼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내 탓만은 아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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