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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꿈에.....
    나의 글 2013. 10. 28. 19:22

    나는 등산복이 따로 없습니다.

     

    산에 몇 번 따라 다녀 보니 고된 중에 묘한 매력이 있어

    혹시나 한번 사 볼까

    등산복 매장에 들러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도

    등산복을 색색깔로 맞춰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도

    늘 한 가지 말로 고집이 대단했습니다.

     

    "갔다 올 거 뭐하러 간대?

    동네 뒷산이나,  멀리 갔다 오나,  같은 산....  집이 최고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나 또한 그렇게 말하는 그를 옳다며 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읽고 있는 세상, 보고 있는 세상 외에는

    우리 맘대로 부질없고, 헛된 것이었습니다.

     

    남편의 자신있게 외치는 철학이 꽤 설득력 있었던 이유는

    늘 긍정적인 삶의 모범이라고 그를 향한 칭찬이 자자해서

    스스로 교만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일탈이 스트레스엔 특효약이라고 일러나 둘 걸.

    함께 그러고 있었으니,  그 탓은 남은 자의 몫이 되는건가? 

    나는 이제사 아름다운 세상 누리기 위해 이제 곧 비상할 판이니....

     

    어색하게 배낭도 만져 보고, 모자도 한번 들춰 보고, 우선 급한 장갑도 한번 대 보았습니다.

    참 종류도 많습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는 것과,  무심했을 때의 그 느낌.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해졌다고 생각을 하니 지나는 곳마다 등산복 매장만 보입니다.

     

    도대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구경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새벽, 나는 운악산에 가을 단풍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자주 빛 체크남방을 챙겨 입고, 남색 조끼도 입었습니다.

    멋 부리는 일에서 오랫동안 멈추어진 나는

    그나마 눈썰미도 젬병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마침 눈에 띄는 게 그 옷이라서 고맙기까지 합니다.

    그 덕분에 나는 멋진 산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덩달아 신이 난 아이들도 집에서 가까운 청계산을 다녀왔답니다.

     

    다리, 어깨가 온통 뻐근했지만 견딜만 한 것이

    꽤 괜찮은 기분입니다.

     

    한 곳만 청승맞게 우러르다,  길 하나를 트고 나서 나는 무척 바쁩니다.

    돈 버는 일이 이리 바빠도 기쁘지는 않았는데,

    그냥 혼자서 하루가 즐겁고 바쁘게 돌아갑니다.

     

    어제 미뤄 둔 일을 챙겨야 하기에 새벽같이 눈을 떴습니다.  네시 반.

    고작 몇 시간 눈을 붙였을 뿐인데,  

    알람 소리가 울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눈이 떠졌습니다.

    꿈을 꾼 겝니다.   그가 내게 왔습니다.

     

    아무렇지 않았을 때의 그 모습으로..... 

    잠깐 어지럽다고 거실 바닥으로 눕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뛰어가 머리 쪽을 왼쪽 손으로 받았지요.  허공에다 두 손을 휘젓대요.

    그럼에도 나는 결코 허둥대며 소리치지 않았습니다.  무척 담담하게 다독거렸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무한할 듯 해도 역시나 해줄 것은 없었습니다. 다시 그 순간이 온대도.

    영악하게도 꿈속에서 꿈이란 것을 알았채 버렸단  말입니다.

     

    기어코 한번은 나타나 줄 것을 믿었는데,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던 어느 한 날

    우리 곁에 3초짜리 단막극을 만들어 주고 사라졌습니다.

    분노로 가득차 허둥댈 때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마도 내가 자신의 옷을 용감무쌍하게 걸치고

    이 산, 저 산 씩씩하게 활보했던 것,

    그렇게라도 함께 해 주어서 고마웠을까요?

    그리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서럽고 애닲은 눈물이 아니라,

    이제 그를 온전히 떠나 보낼 수 있을 후련한 눈물입니다.

    울면서도 이처럼 기분 좋기는 또 처음입니다.

     

    나는 오늘 기막힌 횡재를 했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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