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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건강한 재산
    나의 글 2013. 11. 1. 14:09

    해마다 이 맘 때면 도착되는 단감 한 박스, 

    전라도 보성의 큰언니네 앞마당에 자리잡은 감나무는 고작  한 그루이건만

    나뉘어지는 정은 그야말로 전국적이다.

     

    그 집 자식 여덟에다가  동생들 다섯까지....

    모쪼록 오랫동안 건강히 잘 살아야 이같은 연례행사를 지속시킬 수 있을 텐데,

    잘 받았노라고 전화를 넣었더니,  큰 언니가 그런다.

    "야야,  니한테만 녹두콩 넣었으니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아직 고구마는 안 캐었으니 기다리고...."

     

    - 언니, 언니의 이름으로 또 다시 박스를 만들었네. 

      시어머님에게도,  엇박자로 멀리 했던 막내에게도, 그리고 몇몇 이웃에게도

      나눠 먹으려네.

     

    "뭣하게, 니만 먹을 일이재.  통 누구 주지 말아라. 시엄니는 뭐할라고?"

     

    - 했던 건 쭈욱 해야지.  지난번 된장도, 고춧가루도 그렇게 나누었어.  난 이제 식구가 많지 않잖아.

     

    겨우 한 사람 줄었는데, 

    열 사람 몫 쯤 사라진 것처럼 간단해진 모든 것들.

     

    "잘했다.  그래도 니가 짠하다.  막내하고는 어떻게 잘 지내냐?  큰언니가 일부러 보내줬다 말했다고?

     그럼 다음에 니한테 더 넣어줄란다.  그리고 쌀은 뭐하러 보냈냐? 

     나는 돈 안들이고 주는 것이지만  니는 농사도 안 지으면서 돈 아껴라."

     

    - 언니가 농사 지은 것도 사실 욕심 부리자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잖아.

     

    큰 언니와의 대화가 끝이 나는가 했는데,

    "야야,  나 지금 생선 다라 내려 놓았다.  손님 기다리고 있응께 얘기 더 해도 된다.

     진짜로 막내한테 언니가 주었다고 했냐?  그래 나눠 먹고 살자."

     

    큰 언니가 재차 확인을 한다. 

    자신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확대되어 진 것에 언니는 참말 뿌듯한 듯

    목소리가 우렁차졌다.

    일흔이 넘었어도 영리한 언니가 잽싸게 상황을 아우른다.

    방향을 틀어서 바라보자면 모난 것도 둥그렇게 반들거려 보이다니...

     

    나이를 이렇게 먹어 간다네.  이런 저런 사연 따져서 확인한 들 무언가.

    그냥 웃으며 넘어가도 무방한 일.  세월이 우리를 그저 좋게 살자 말한다.

     

    50이 넘으면 같이 늙어가는 게 맞는가 보다.

    부러 잰걸음 자초해서 맞추려 애쓰기도 했지만 어디 노력한다고 쉽던가.

    어딘가 모르게 점점 비슷해지는 게지.

     

    사는 일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아이하고만 눈높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이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히 눈금을 맞추어 조절할 수 있을 기술 말이다.

    제법 내게 살아갈 요령에 관한 융통성이 붙었다.

     

    언니는 이번에도 젓갈냄새 찐한 전라도 김장김치를 보내 주겠다 했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지라도  언제나처럼 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니가 그 곳에 존재하는 한  소통의 장으로 연결될 유일한 통로인 것을....

     

    언니는 여전히 농사일 짬짬이 생선장사를 하고,

    형부는 산에 가서 나무 자르는 부업을 쉬지 않는단다. 

    건강이 그들을 쉬게 두지를 않는다.

     

    건강은 누가 뭐래도 참 좋은 재산이다.

    일부러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하늘이 내려 준 정말 좋은 재산.

     

    부러운 일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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