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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명절 증후군
    나의 글 2013. 9. 23. 12:28

    일찌감치 일을 보고, 

    용마산에나 따라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길,

    아침 일곱시 쯤부터 나가 조조영화를 보고 온다던 중3 막내가

    어느새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공포 영화인 줄 알고 갔는데, 시시했었다고....

    다음 주 부터 중간고사라니 마음이 착잡한가 봅니다.

     

    추석날 아침부터 이제까지 온종일 나는 외로움을 지나 고독감,

    그 이상의 혼란으로  가슴이 팍팍했었습니다.

    할머니의 안쓰러움이나 가엾음은 절대적이면서

    엄마에 대한 애정의 온도는 싸늘한 것이,

    결국 제로섬 게임의 패배자로 남게 될 나는

    언제나 이렇듯 씁쓸한 웃음으로 다시 비우는 연습을 되풀이 할 뿐입니다.

     

    엄마의 인기척이 들리자

    "왔어요?"라고 앉은 자리에서 짤막하게 아는체를 하고는 주춤거리는 막내,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 자체가 차단되어

    어떤 말도 내 목구멍을 통해 구사되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벌써 사흘째,  나는 이 답답함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단 숨통부터 트고 봐야 겠었습니다.

    산에 챙겨 갈 물을 챙기고, 배낭 하나를 대충 싼 다음

    배를 깎아 막내의 몫으로 접시에 담았습니다.

    엄마의 인기척을 감지했는지 대번에 방문 밖으로 나오다가

    엄마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습니다.

    막내가 호시탐탐 화해할 기회를 찾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언니들과는 많이 다르게 아직은 순수한 아이,

    아이가 와락 엄마를 껴안습니다.

    "엄마....."

    - 다빈아, 배 먹을래. 

       엄마, 산에 갈 건데 같이 갈까?

    "아니예요. 곧 시험이라 공부해야죠."

    - 다빈아, 엄마 많이 외롭다.  너희들이 알리 없지만....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스친다. 

    한심한 엄마, 아이에게 뭐한다고 모자란 모습을 들키는가. 이 또한 상처일 것을...

     

    대학생 언니 둘은 밖으로 재미난 일이 많은 터라

    엄마의 분노 쯤이야 예사로이 넘기기는 습관화 된듯, 

    섭섭함이 가득 차 올라 옹졸한 마음을 좀체 다스리기가 힘든데

    막내가 엄마를 무너뜨리고 맙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아이들과의 이 냉전이 마치 예전 남편과 다투었을 때의 그것과 어찌나 같은 감정인지

    도대체 쉬 풀릴 기미가 뵈지 않습니다.

     

    이 또한 명절증후군으로 자리 잡으려는지 지독한 홍역 하나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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