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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욕을 했다.
흐물흐물 몽롱한 휴일 대낮에 깜박 잠을 망치로 되게 맞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개 *****......"
웃었다.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 마냥 웃었다.
지난 주 물건 납품을 하다 하자가 있는 것을 그냥 두고 왔는데
뒤늦게 발견을 했던지, 다짜고짜 된 욕부터 했다.
"당신 왜 전화 안 받아. 받을 수 없었다면 그 시간에 뭘 했는지 말해봐."
난 분명 어린 아이가 아닌데,
그 여자가 오십을 조금 넘겼다면 나 또한 그럴진대 너무 함부로 말을 한다.
성격이 오지게 다혈질인 사람인 듯 했다.
- 죄송합니다. 그 시간에 성당에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 여자가 득달같이 전화를 했던 시간이.....
"그래, 당신이 믿는 그 종교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게 무엇이길래, 남의 전화를 무시해.
그렇게 중요했어? 그렇다면 하루 지나서는 왜 전화를 못해!"
- 죄송합니다. 전화연락을 제대로 못해 드린 것, 정말 죄송합니다.
휴일 지나고 월요일 쯤 확인해서 연락을 드린다 했으니 된 줄 알았는데...."
난 말 끝을 흐렸다.
심장이 마구 뛰었지만 진정을 하고 수화기에다 자꾸 고개를 숙이는 나를 느낀다.
"사람 겪어 봐야 안다더니, 혼자 되어 사업을 하길래 애쓴다 짠하게 보았건만 사람 잘못 봤어...."
-혼자 되어, 혼자 되어, 혼자 되어....
그녀가 아우르며 누릴 수 있는 권한이 참으로 광범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남편이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 말고, 다른 무엇을 안다고 나를 함부로 폄하하는가?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무거운 돌덩이는 가볍게 처리되었다.
되지 못할 심한 욕설 한마디 들은 것으로 불안한 심장소리는 평정을 찾았다.
그녀에 대한 면죄부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분노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센 척 기선을 잡기 위한 포효 쯤으로 접어두어도 되게 생겼다.
그깟 돈 벌기 참 어렵다.
맨 정신이 아니고, 몽롱한 상태여서 예민함 또한 덜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토록 심한 욕을 들었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니 웬 말인가.
허허 껄껄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저 이야기거리 하나 보태졌다 이렇게 미친듯이 웃어제꼈다.
그들에게 나는 이름도 따로 없이 혼자 된 여자로 통하는 것을 왜 진작 감지 못했는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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