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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헌 집 고쳐 쓰는 일보다 차라리 새 집 짓는 것이 낫지나의 글 2013. 8. 8. 11:52
둘째가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대전 하숙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자신이 해두어야 할 것을
포스트 잇에 번호를 매겨 붙여 놓았다.
1번 현관 입구에 쌓여 있는 신문지 내다 팔기
2번 화장실 변기 손 보기
3번 옷 정리 등등으로
우리 가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 정립하는 듯 솔선수범이다.
며칠 전 한바탕 막내의 학원 옮기는 문제로 소동이 벌어졌었다.
위로 큰 아이 둘은 막내 하나 누구 못지 않은 멋진 동생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 하나로
주변의 환경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했다.
아이의 생각 3과 나의 생각 1간에
격돌이 벌어졌다.
세상 경험이 아직 많지 않은 아이들의 나이는 23, 20, 16으로 합치면
내 나이보다 분명 여덟살이나 많았고,
머리 수로 따지자면 둘이나 많았다.
아이들이 몰입하여 집착하는 것은 공부 하나이고,
엄마인 나는 부수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짧은 여름방학 동안 스파르타식으로 종합학원에 집어 넣어 혹사시키고 싶지 않은 것 하나,
곧 개학인데 75만원이란 돈이 적은 돈이 아닌 것,
아홉시부터 밤 10시까지 자습식으로 붙잡아 놓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아이가
아니란 것을 엄마가 익히 파악하고 있음을 너희들은 모른다는 것,
한 순간이라도 학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생각은 무지함인지 모르지만 아직 급하지 않다는 것,
여기까지가 엄마의 의견이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 둘은 쉴 시간이 어디 있느냐,
지금도 수 많은 아이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강압적으로 밀어부쳐야만 하는 이유가 구구절절 그들 나이에 적절히 옳은 모양새였다.
문제의 당사자인 막내는 아무래도 터울이 가까운 언니들 쪽으로 기울고......
그래,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하자. 다수결로 한다 치면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학원 수강 첫날, 무사히 밤 10시를 채우고 돌아온 막내가 괴성을 지르며 들어왔다.
"와, 도저히 안 되겠어."
엄마는 이미 그런 결과를 예측했었지만,
언니들의 강한 주장에 하루 해를 못 넘기고 KO패를 인정한 막내,
엄마가 뭘 아느냐고 몰아쳤던 아이들이 모두 다른 벽을 보고 있다.
왜 어떤 말이라도 좀 해 보시지 하는 투로 모른척 쳐다 보려니까.
가장 주동자인 우리집 둘째 하는 소리가
"그럼 다시 원래 학원으로 갈래? 그런가?" 머리를 긁적이는 것으로
한바탕 소동은 막은 내려졌다.
그 며칠 속상한 것에 대한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 없이
아이들은 그냥 없었던 것으로 치면 그 뿐으로 조용히 말을 멈추었다.
그 이후, 이틀에 걸쳐 학원 가서 환불 처리 하는 일, 다시 다녔던 학원에 가서 재 등록하는 일,
모두를 막내 당사자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
처음부터 저지른 사람이 마무리도 짓는 것이니.....
"엄마, 한참을 기다려도 쉽게 해결이 안 나요. 계속 기다리래요."
- 원래 집을 새로 짓는 것이 수월하지, 헌 집을 새로 고쳐서 쓰는 일이 더 어려운 거야.
일이 한번 어긋나면 바로 세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 몇 배가 돼.
아이들이 진땀 한번 되게 흘렸다.
그 이후 아이들은 다시 순한 양이 되었다. 각자 구역을 정해 청소를 하고, 손 볼 곳이 없나 확인을 하고,
자신들의 불편한 마음을 희석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약간 면목없기도 할테지.
엄마를 향해 그리 몰아쳤으니.....
며칠 사이 한뼘만큼 성숙한 아이들을 발견하면서
엄마는 마음이 찡했다.
아침 일찍 다섯시였다.
가지무침과, 오이무침을 만들어 식탁 위에 두고 나왔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음의 표현은 이것 뿐....
그럼에도 아이들은 알아 줄 것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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