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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악의 순간이 되면....나의 글 2013. 6. 27. 20:06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꺾인 날개를 다시 붙일 수는 없으니, 모형으로라도 달고 긴 항해를 장담했는데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을 때,
어떤 이는 다들 그렇노라 힘을 불어 넣어 주는 이가 있고,
다른 어떤 이는 "그러게 처음부터 했던 게 무리였지"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력은 다 한듯 낙망을 안겨주는 이가 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의 가치는 바닥을 치고 오르기도 하고,
부추겨 응원을 바라던 곳에서 온전한 날개가 느닷없이 꺾이기도 한다.
사람의 몸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더라도
늘 그 간단한 유혹을 애초에 판별해 내지 못하니
부족한 인간인 것을....
남편은 오랫동안 주식을 했었다. IMF를 전후해서 너도 나도 한참 붐이 일었을 때가 있었지.
1997년도 부터였으니 꽤 오래 전부터....
마치 하늘이 무너지듯 폭락장세가 왔을 때,
다들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던 순간에
나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표정 하나 움직이지 않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일을 했었으니
남편의 굳건한 참을성에 대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었고,
떠나기 전까지 6년, 함께 일을 하는 동안
비로소 지독한 책임감에 꽤 부담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함께 벌었지만, 나는 안정적이었고 그 쪽은 자영업자이니 늘 불안한 상태였고.....
부부였어도 기꺼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자존심이 있었나 보았다.
오랜 시간 가까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남잔데 왜 그렇게 겁이 많아?" 하기도 했고,
당연히 만능이길 바랬었던 것도 같다.
남자가 뭐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아주 최악의 순간에 그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묘수를 부려내곤 했다.
가장의 이름으로, 잘 될 거야를 수도 없이 외치면서 말이다.
이렇게 흐늘흐늘 좌절의 유혹에
발이 빠질듯 말듯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순간이 되면
나는 남편의 뚝심을 되살려 내곤 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다면 세상은 견디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궁핍해 질 것을 염려해 움켜쥐지 말고 오히려 과감해 지는 것,
무얼 믿고 이리 털어내기에 수월한가.
그는 나에게 참으로 좋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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