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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슬럼프?나의 글 2013. 6. 29. 10:49
때론 큰 바위라도 번쩍 들어 올릴 거인이 되어 쿵쿵,
내 발자국 울림에 살아있는 나를 응시하곤 했다.
멀찌감치 다른 내가 되어 어찌 살아내는지....
아파트 현관문의 밧데리가 다 되어 먹통이 되었고,
아직 한 달 도 안 된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어처구니 없을 곤경에 넋이 나간듯...
어제 오늘 왜 이러냐?
토요일, 아침 여섯시 사십분,
너무 이른 시각이라 지하주차장에 불빛을 넣고 시동을 켜는 소리도 아직 없는데,
나는 사람의 인기척을 애타게 찾고 있다.
주차장 한 바퀴를 쭈욱 훑었다. 우리 집과 같은 차종을 찾든지, 아니면 같은 회사 차종을 찾든지
무작정 발견하면 하는대로 전화를 해서 물어볼 작정으로.....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저 쪽에서 중년 남자 하나가 막 시동을 켜고 있는 중이다.
뛰었다. "뭐 좀 여쭤 보려구요. 제 차가 시동이 안 걸려서 그러는데 좀 봐주시겠어요?"
남자가 차에서 내려 나를 따라왔다.
"나는 현대차고 버튼식이라 모르겠는데... 방전된 거 아닐까요? 잘 모르겠으면 보험회사에 전화하세요."
이리 저리 들여다 보더니 모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급한대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자동차 문은 열렸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 "- 언니, 핸들을 이리 저리 돌려 봐.
"안 되는데 그냥 먹통이야. 빡빡한게..."
일초가 일 분 같고, 십분 같은
동굴 속에 갇혀 숨을 쉴 수가 없는 막막함이 나를 누른다.
보험회사 긴급출동을 불렀다. 곧 오겠단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을 서성이다
부시시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아들 학원에라도 데려다 줄 모양새의 부자를 발견했다.
다시 나는 뛰었다.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가 젖동냥을 이렇게 했을라나, 순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염치불구한 나의 부탁에 남자가 다가왔다.
이리 저리 만져 보더니 자동차 바퀴가 일직선으로 되어 있을 땐 괜찮은데
가끔 틀어져 있을 때 핸들이 잠기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핸들을 여러번 만지고 나니 시동이 켜졌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나를 회생시키다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갈수록 퇴색되어 가는 낡은 건물을 고쳐내기 보다
과감하게 쓸어버리고 그냥 새 집을 지어내는 일이 수월하겠다 싶다.
복잡하게 생각의 꼬리는 꼬리를 물고
제대로 된 홀로서기의 원동력은 이대로 빛을 잃으려나....
"언니, 이제 고된 삶은 그만 둬. 그러다 쉬 늙어."
동생이 카톡으로 어정쩡한 나를 정리해 준다.
나는 이제껏 고된 일상으로
먼저 떠난 남편의 면죄부를 자처했는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와 함께 했었을 때도 힘든 일을 혼자서 여기까지 온 것만도 장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진작에 그만 두었을텐데.... 엄마가 이렇게 지탱해 온 이면엔
아빠의 흔적을 순식간에 없애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거잖아요. 알 거 같아요."
세 아이 중 하나가 엄마를 위로한다.
힘듬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돌풍 같은 것이다.
지나고 보면 어찌 어찌 겪어낼 일이건만, 그 순간엔 사방이 꽉 막힌 벽으로 그저 하얀색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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