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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반응, 아이들이 경제를 말하다나의 글 2013. 6. 27. 10:42
"엄마, 큰일났어? 내 이름으로 펀드 들어 놓은 거 마이너스 10%라고 계속 카톡이 와요.
50만원씩 두 번 넣었으니 백만원인데 들여다 볼 때마다 자꾸 빠져요. 빼야 되는 거 아닌가?
오늘 보니까 80 얼마예요."
- 괜찮아. 펀드는 원래 오랫동안 붓는 거라서 그 때 그때 변화에 너무 민감하면 안 되는 거야.
다음 달에는 좀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그 평균치는 좁아지거든.
은행에서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를 괜히 신청했나 싶다가
아니, 아이들도 알 필요가 있겠다 싶기도 했다.
물론 어른이라고 겁이 안 날 수가 있을까? 의연한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지.
학교 종강이 되었음에도 아까운 하숙비 한 달 채우려는지
아직 대전에 있는 둘째의 다급한 목소리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엄마, 요즘 수입은 어때요? 적자는 아니죠?"
- 그것도 괜찮아. 적자면 또 어때. 나만 힘든 시절이아니라, 다들 엄청 힘들다고 해.
그래서 혼자 분석 중이야. 내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되는대로 살라고도 하지만
어떻게 그러겠어. 자존심이 좀 상하네.
큰 아이는 이렇게 잦은 물음을 하지 않는데 비해 둘째는 유난히 잦은 확인을 시도한다.
이런 둘째의 성격을 가리켜 엄마에 대한 애정이 과하다 표현하자면
큰 얘는 무척 억울할 판이다.
제 맘 속의 말을 안에다 품어 두지 않고 내뱉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두고서 말이다.
아이들 이름으로 오랫동안 들어 두었던 미래에셋 펀드를 해지하고(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 7년 내내 제자리 걸음인지라)
다른 이름으로 다시 들었더니 짧은 시간 내에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엄마는 호들갑스럽게 불안해 하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왜 그럴 필요가 있는지까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처럼 만능이 되고 싶다.
아빠가 있었다면 아이들이 저리 민감하게 반응을 했을까?
"이따 갈 때 뭐 사 갈까?" 물으면 한 번도 무엇을 좀 사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아이들,
"그저 집에 있는 거 다 먹고, 됐어요. 어서 오세요."
양 손 가득 시장바구니를 채워서 들고 오면 반가운 기색 이면에
이러다 파산할 것 같은 염려를 안고 있는 아이들은 아무리 더워도 에어콘을 틀지 않는다.
엄마는 여전히 건강하고 걱정 따윈 하지 말라 해도
아빠가 없어진 집의 가장을 자처한 아이들의 모습은 작은 틈새에도
각을 세우며 반응을 한다.
엄마는 이 즈음 들어서는 아이들을 향해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초반기엔 적응이 버거워 포악도 떨었지만....
아빠 겸 엄마 이중 역할에 점점 익숙해 가고 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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