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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저녁에 소나기라니?
순식간에 하늘이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라디오에서 남자 DJ가 평택 쪽에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한 지 얼마 되었다고
빠르게 이 곳까지, 숨도 안 쉬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으로 그냥 들어갈 것을,
여섯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엉거주춤 나는 사무실로 가는 중이다.
가방도 아직 그 곳에 있고, 시장 봐 놓은 물건도 한 가득이고....
명분은 충분했다.
오늘 안 가져간들 손 탈 일도 없건만 나름 애써 명분을 만드는 나,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다 늦는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한 아이는 학원에서, 다른 한 아이는 스펙쌓는 일로 대학로에 간다 했었다.
최백호의 "입영전야" 노래가 흘러 나온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축 축 늘어지듯 간간이 힘이 들어가는
그의 노래가 오늘따라 애창곡이 되어 나를 울린다.
비가 흠뻑 내리는 날은 울음 울기가 얼마나 제격인지, 아마 그들은 모를 것이다.
다시 또 DJ가 말을 잇는다.
"장성한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떤 건지, 그것도 남편 없이 혼자 키운..... "
아마도 엄숙함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 같다.
내게도 언젠가 해당되어질 그 대목에서 과연 그럴까?
참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순간이 내게도 오긴 올테지.
그러고 보니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이 남았다.
의무인가, 도리인가, 거부한들 누가 뭐라나?
전에 쓰던 카렌스차 보다 새로 구입한 쏘렌토 차의 뒷칸은 한참 넓었다.
급하게 자재 좀 갖다 달라는 거래처에
미룰 사람 없어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는데
요즘 들어 친해진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힘을 보태주마 한다.
"세상에, 나는 그저 앉아서 편히 있다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남자가 해도 힘든 일을 이렇게 헤쳐나가다니... 대단하네."
- 대단하긴요. 아주 가끔 사람 없으면 해야죠. 전 강단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이 차를 곱게 쓸 형편은 못 되네요. 결국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아주머니가 한참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듯 했다.
난 별다를 게 없는데.....
새삼 남편이 없으니 안 하던 일까지 해야 하는 가엾음까지 더해서,
(이곳에서 나는 여장부라 별명을 붙여주었다.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나는 처음부터 날개가 있어 본 기억이 없어서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그저 오늘 땀을 많이 흘려냈다는 것 밖에는....
단지 새삼스럽게 나의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된 아주머니를
다독이느라 말을 많이 했던 수고가 더해졌고,
본의 아니게 추락하는 새가 되었다면..... 까짓 것 어떠냐.
내가 여자인가. 그저 엄마일 뿐이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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