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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소나기
    나의 글 2013. 6. 25. 20:18

    다 저녁에 소나기라니?

    순식간에 하늘이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라디오에서 남자 DJ가 평택 쪽에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한 지 얼마 되었다고

    빠르게 이 곳까지, 숨도 안 쉬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으로 그냥 들어갈 것을, 

    여섯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엉거주춤 나는 사무실로 가는 중이다.

    가방도 아직 그 곳에 있고, 시장 봐 놓은 물건도 한 가득이고....

    명분은 충분했다.

     

    오늘 안 가져간들 손 탈 일도 없건만 나름 애써 명분을 만드는 나,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다 늦는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한 아이는 학원에서,  다른 한 아이는 스펙쌓는 일로 대학로에 간다 했었다.

     

    최백호의 "입영전야" 노래가 흘러 나온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축 축 늘어지듯 간간이 힘이 들어가는

    그의 노래가 오늘따라 애창곡이 되어 나를 울린다.

     

    비가 흠뻑 내리는 날은 울음 울기가 얼마나 제격인지, 아마 그들은 모를 것이다.

    다시 또 DJ가 말을 잇는다.

    "장성한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떤 건지, 그것도 남편 없이 혼자 키운..... "

    아마도 엄숙함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 같다.

    내게도 언젠가 해당되어질 그 대목에서 과연 그럴까? 

    참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순간이 내게도 오긴 올테지.

     

    그러고 보니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이 남았다.

    의무인가, 도리인가,  거부한들 누가 뭐라나?

     

    전에 쓰던 카렌스차 보다 새로 구입한 쏘렌토 차의 뒷칸은 한참 넓었다.

    급하게 자재 좀 갖다 달라는 거래처에

    미룰 사람 없어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는데

    요즘 들어 친해진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힘을 보태주마 한다.

    "세상에, 나는 그저 앉아서 편히 있다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남자가 해도 힘든 일을 이렇게 헤쳐나가다니...  대단하네."

    - 대단하긴요.  아주 가끔 사람 없으면 해야죠. 전 강단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이 차를 곱게 쓸 형편은 못 되네요. 결국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아주머니가 한참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듯 했다.

    난 별다를 게 없는데.....

    새삼 남편이 없으니 안 하던 일까지 해야 하는 가엾음까지 더해서, 

    (이곳에서 나는 여장부라 별명을 붙여주었다.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나는 처음부터 날개가 있어 본 기억이 없어서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그저 오늘 땀을 많이 흘려냈다는 것 밖에는....

    단지 새삼스럽게 나의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된 아주머니를

    다독이느라 말을 많이 했던 수고가 더해졌고,

    본의 아니게 추락하는 새가 되었다면.....    까짓 것 어떠냐. 

    내가 여자인가.  그저 엄마일 뿐이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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