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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살이 가듯 열흘만에 돌아온 둘째,
대전의 학교에서 출발했다는 시각은 오후 세시쯤이었는데
떠들썩 번호키를 누르고
"엄마, 내가 왔어요. 아 그리운 내 집..."
아이가 들어온 시간은 밤 10시가 지나서였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바로 집으로 직행할 줄 알았더니
그동안 연락 못했던 친구가 먼저였던지
그들을 만나고 오느라 늦었단다.
아이가 엄마를 끌어안고 뺨에다 입을 맞춘다.
사람이 외로움과 그리움에 시달리다 보면
느닷없는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게 되나 보다.
엄마 말고는 언니건 동생이건 별 반가와 하는 기색이 없자
서운했던지 언니를 향해 은근히 시비를 건다.
"언니는 내가 오랜만에 왔는데 반갑지 않은가 봐.
카톡을 보내도 이상한 답장만 보내고,
그 쪽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 나는 네가 방학 때나 올 줄 알았지.
이렇게 벌써 올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 너랑은 안 맞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멀리서 죽는다 해도 괜찮다는 거야?"
큰 아이가 더 이상 답변을 해 낼 수 없게 둘째는 독한 말을 뱉어 내고 말았다.
겉으로 씩씩한 척 했더라도 속 마음에선
한 없이 기대고 싶은 구석이 절절하게 묻어나오건만
큰 얘와 둘째는 여전히 엇박자인 채로 엄마를 당황스럽게 한다.
팽팽히 맞서는 감정 대립으로 오랜만에 만난 자매는
결국 각자의 기대를 포기한채 침묵으로 들어갔다.
둘을 불러 놓고 이러면 되겠느냐 다그치기엔 각자의 주관이 너무 뚜렷했다.
하나씩 따로 따로 조용히 일러주어야 겠다는 생각만 맴돌뿐인
엄마의 위치가 참 한심하다.
사실 그 이전에
동생이 오면 "엄마 우리 노래방이라도 갈까?" 했던 큰 얘였었다.
둘째에게 이따가 언니의 생각과 너의 생각에 약간의 오차가 있었다고 말해 주련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해명해 줄 것이 없으니....
현재 섭섭한 사람은 떠났다가 온 아이가 먼저인 것은 분명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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