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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2월 16일 오후 10:18
    나의 글 2013. 2. 16. 23:05

    나,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살까 하다 기름끼 없는 목살 네 근을 달라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막내의 얼굴이 어른거려.....
    봄동도 사고, 깻잎도 사고, 쵸콜렛 두어개도 집어 넣었다.

    섭섭하다는 말과 함께 세상 재미없는 얼굴로 은근히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아
    엄마의 이름으로 얼른 수습도 해야 한다.

    그래, 엄마의 눈빛이 처져 있고, 움직임이 더디니 보는듯 안 보는듯 해도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시간이 사람을 부끄럽게도 하고,
    새로 태어나게도 한다.

    아이 셋,
    "엄마, 김치냉장고 위에 백화점 쇼핑백 열어 봐요.
    우리 셋이 보태서 쟈켓 샀어요.
    그냥 아무 말 말고 입어요."

    - 무슨 옷?

    카키색의 제법 세련된 쟈켓이다. 380,000짜리 신상품이라고 큰 얘 세인이 말했다.
    아이들이 통도 크지 이월상품도 아닌 것을....

    갑자기 어른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져 버렸다.

    명절 끝에 붙은 엄마의 생일 때문에 함께 치른 홍역이라고 생각하자.
    더 이상 부끄러워도 말고, 되짚어 안쓰러워도 말자.

    그냥 겸연쩍게 웃어 넘기며 맛있는 저녁을 먹어두면 되는 일,


    함께 가는 세상, 그냥 친구처럼
    마음을 들키기도 하고 덮어가기도 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의 마음보다 아이들 마음이 덜 쓰라렸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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