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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남자나의 글 2013. 2. 18. 10:10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과 공포는
남편을 떠나 보낸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남편이 있는 그들도 미래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고,
어찌 보면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TV 리모컨을 한 쪽 손에 꼭 쥐고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무자식 상팔자" 등등을
한 회도 놓치지 않으며, 어쩌다 지나친 날엔 기어코 되돌려 보기까지....
좀더 나이가 들면서 살아내는 방향이 바뀌고 있는 남편 친구들의 일상을
그 부인들은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었다.
사람이 외로움을 타기 시작하면서 드라마에 열광한다는데
아마도 그런가 보다고....
그 사람도 지금 있었다면 그런 모습이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사람일진대 벌써 아득하다.
리모컨에 목숨 건 남편 얘기를 꺼낸 그녀가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세인이 엄마는 회복이 참 빠른 것 같다. 냉정해서 그런가봐."
- 내가 냉정한가?
바라보기에 따라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생각엔 아마도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있어야 한다는 상상을 했을까?
이젠 그런 말 쯤이야, 개의치 않는다.
오늘 네 남편의 여자들이 남자들을 빼고 모였던 이유는
그 중 한 집의 딸이 결혼을 하는지라
폐백음식과 이바지음식을 고르기 위한 자리에 구경차 모였던 것이었다.
휴일이고, 다른 할 일도 없어 따라 나서는 남편들을 눌러 앉혀놓고
행여 따라올까 부리나케 도망나온 표정을 연출하는
또 다른 그녀가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 우리끼리 만나니까 너무 좋다고....
그날 이후 내게 변화된 감정과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나 있을까? 그땐 그랬었다고,
어쩌면 이들을 다시 만나지 않아야 하는 거라고 다짐을 하기도 했는데
뻔뻔한 마음으로 들이대 관계 유지를 하다 보니
오늘 이런 순간도 오는가 보다고.....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나는 옆집으로 잠깐 마실 나간 남편 이야기를 하듯
그들의 대화에서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었던 내가
어제는 너무 대견했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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