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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쁜 것이 좋아....나의 글 2016. 2. 19. 12:17
"엄마, 이문세 좋아? 내가 공연 티켓 사 줄께.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공연이나 뮤지컬 찾아서 알려줘.
엄마 조용필도 좋아하지?
어제 조용필이랑 이선희 노래 들었는데 좋더라고..."
대학 졸업식날이었지만, 참석하지 않은 세인이.
네 맘 가는대로 하라 했었다.
할머니나 고모가 꽃다발 들고 사진은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 재촉을 했어도
내키지 않다면, 그냥 두는 것도 ....
누구보다 엄마가 자식의 속을 좀더 알아채는데 빠를지도 모르겠다.
텔레비젼 어느 방송 프로를 보고는
'엄마, 아줌마들이 하나같이 시댁 이야기 할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엄마는 어떨 때가 제일 생각이 나?"
절대 문자 하나 보내지 않던 아이가
이것 저것 엄마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다.
혼자서 잘났던 마음 또한 수그러 들며, 어른으로 가는 길에 접어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미운 짓, 고운 짓! 두루두루 엄마니까 토로할 수 있으므로....
세인은 내일 아침 제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떠난다.
막내는 두문불출 집에만 있는 언니로부터 몹시 지겨움을 토로했다.
"엄마, 엊그제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다 피자와 치킨을 사왔거든요.
피자가 8쪽이니까 둘이서 똑같이 네 쪽씩 먹으면 될 것을,
나 보다 더 많이 먹지 않겠어요? 다섯 쪽이나....
아! 정말 짜증났어요. 그렇다고 언니한테 내색할 수도 없고....
그러고 나면 내가 유치해지잖아요. 어찌 됐든 언니 빨리 취업해서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래 저래 스트레스 폭발 직전이예요."
- 다빈아, 그래서 사람은 무조건 바빠야 좋아.
상대방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보기에 답답해 보이는 사람 마음은 더 하겠지.
참아, 방학 끝나면 너도 공부하느라 바쁠테니...
"엄마, 좀 더 가서 내려 주세요."
학원 앞에 다 왔는데....
좀 더 가기를 원할 때는 미처 다 못한 말을 털어내고 싶다는 뜻인 걸 잘 안다.
자식은 미움을 가질 수 없는 존재,
그저 안쓰러워서 이 놈의 말도, 저 놈의 말도
잘 들어주는 일 외에 할 것이 따로 없다.
2016년 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