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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판사 앞에서.....
    나의 글 2016. 2. 13. 11:22

    아침부터 법원으로 시장으로 돌고 오니 시장기가....

    누룽지 죽 한 그릇을 전자렌지에 데우고

    엊그제 심심하게 담근 달랑무김치 몇 쪽,

    잘 들이켜지 않았던 김치국물까지 알뜰히 마셨다.

     

    오늘은 가난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법원에 들어서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몇 바퀴를 돌다

    뒷쪽 아파트 도로 한 켠에 세우면서

    오래 걸리지 않을 시간을 계산해 양쪽 깜박이를 켜 두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날이 있듯이....

     

    재판 시간 열 시 반이니, 지금이 20분....

    지난번 재판 때 보니까 10분도 채 안 걸렸던 기억도 있고.

     

    입춘이라 이리 날씨가 따뜻한가?

     

    법원으로 오르는 언덕은 비교적 완만해서 편안했다.

    매번 같은 길임에도 내려놓은 마음 따라 달라지는 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다.

     

    판사의 우호적인 표정은 내 간절한 기대치에 부응한 것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함을 ......

     

    "신체감정 의뢰도 철회하고,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원본도 철회하고

     무엇보다 다음 재판 때 안00씨가 증인으로 출석해서 그의 말을 듣는 게 낫겠네요."

    - 네.

     

    동시에 그 쪽 변호사와 나는 대답을 했다.

     

    어정쩡한 표정의 젊은 여자 변호사는

    내게 민사소송을 걸어온 황 씨의 요구가 과연 정당하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

    굳건한 직업 의식의 발로였을까?

    어느 방송에서 많이 들었던 "피고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 인형처럼 되뇌이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무엇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인지....

     

    "그럼 다음 달 3월 3일 네 시 어때요?"

    - 네.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은 곳.

     

    침착하려 애를 쓰면 쓸수록 몸의 기능은 정확히 나를 대변하는듯,

    부글부글 생리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뛰어서 내 차 있는 곳으로......

     

    그동안  도로 옆에 붙여 둔 차, 어떻게 됐을까?

     

    무사했다. 정말 다행히도.  내 차만. 

    무심코 켜 놓은 깜박이 덕분이다.

    나래비로 앞에 섰던 차 두 대엔 주정차 과태료 용지가

    와이퍼 사이로 얄밉게 꽂혀 있었지만...

     

    이 또한 하늘이 도와주었다며 위로를 삼는 나,

    복잡한 심경에 관한 대변이다.

     

    2016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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