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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
    나의 글 2016. 1. 29. 11:55

    나와 동갑인 안 기사님이 곤란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여기 사무실에 남자가 없잖아요."

     

    남자라? 

     

    "여기가 매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시키면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후해야 올 것 아니요.

     일꾼 맞추기 엄청 힘들어요.

     사장이 여자라 말 하기도 불편하고....

     돈 만원 때문에 좀 더 주는 곳으로 간대도 어쩔 수 없는게고

     사실 다 남 아니요. 물론 나부터도 그렇고.

     일을 하게 해 주어서 고맙긴 한데,

     이런 일 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쉬면 큰 일 나는 줄 알거든.

     그래서 비위를 잘 맞추어 줘야 해요.

     나도 중간에서 힘들어요."

    - 알겠어요. 알아서 해요.

     

    순간 욱 해서 목소리를 높이다 금새 꼬리를 내려 좋을대로....

    그래, 당신들의 말마따나 나는 여자이므로.

     

    돌려 말하자면 이곳에서의 메리트란 다른 곳보다 세야 할 임금일진대

    굳이 여자여서라고 꼬집어 말하는 것은

    좀 아니다 싶다.

    대답할 말이 궁해지면 튀어나오는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탓이 정당한 변명일까?

     

    여자라서 한계라는 편견은 어째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둘이 해 왔던 일을 혼자서 하니,

    과연 얼마나 해낼지 지켜보자는 심산인가?

     

    좀 전에도 그 사람의 오래된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아직 그 일 하고 있어요?"

    - 물론이죠.

    "그래요?  난 그만 둔 줄 알았는데."

    - 모든 것은 그대로....

     

    사람이 변하나? 환경이 변했을 뿐이지.

     

    그런 호기심은 썩 반가운 것이 아니다.

     

    옥탑에 세 들어 사는 중국 교포 아저씨는

    "저 내일 중국에 들어갔다 옵니다. 다음 달 27일에 올 거예요.

     그냥 갈 수도 있었지만, 주인집에 연락은 해 놓고 가야 할 듯 해서요.

     아마 다음 달 월세는 다녀와서 넣을 것 같습니다."

    - 아, 예.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잘 다녀 오세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성남 집 옥탑 아저씨의 월세는 20만원인데,

    5년이 넘도록 날짜 한 번 어기지 않은 건실하신 분.

    그럼에도 가끔씩 고맙고 죄송하단 말을 빼 놓지 않는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뒤섞여 사는 세상에서

    맘에 맞는 것으로만 택해 살 수도 없고.

     

    다들 제 잘 난 맛에 사는게지.

     

     

    2016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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