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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이 건네 준 핫팩을 등에 파스처럼 붙이고
찬바람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해마다 오는 한파를 알면서도,
다 잊은 듯 무섭게 마음의 무장을 새로이 하는 우리는
영리함 마저 두고, 늘 망각 속에서 허덕인다.
아직 두꺼운 옷을 입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이 어딨을까만,
그 때를 조율하기를....
내일은 내일의 몫이니, 앞서 간 걱정일랑 말아야 하는데.
지금 우선 따뜻해야지.
엄청 추운 저녁이 걱정스러운 나는
초롱이를 데리고 다빈의 수학학원 앞으로 갔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면 좋니?"
- 물론이죠. 초롱이는 요즘 회춘을 했나봐요.
-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열중하는데, 뒷 친구들이 떠들어서 선생님이 화 났잖아요.
비싼 돈 내고 와서 왜 그러는지...
그래서 쉬는 시간에 내가 한 마디 했어요. 도대체 누가 그렇게 딴 짓을 하는 거냐고.
아무래도 반을 바꾸어야 할까봐요.
집 근처의 과일 가게, 편의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 걸 꿰고 있는 아이,
그런 속 깊음이 좋아서인지,
둘째는 아마도 자기를 닮은 것 같다고 해 혼자 웃은 적이 있었다.
겉옷 두 벌을 사면서, 봐 두었던 패딩 재킷은 어머님의 것으로....
다른 건 잘 모르겠어도 나이들수록 밝고 환한 옷이 좋음은 안다.
밀린 월세 중 한 달치를 보내 온 지하 방 다른 남자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그렇게라도 무사한 안부를 대신 하며....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난 이웃을 떠올리자면 그의 존재감이 왜 이리 고마울까?
신 김치와 돼지목살을 푹 삶아 익히니 더 시어져서,
아침엔 잘게 잘라 비빔밥을 했다.
음식 하는 걸 보면, 자주 태우는 일이 많다고, 직접.
아닌가? 맞지. 물론.... 사실인 것을.
이래 저래 물고 늘어지는 억지를 당할 수 없다고,
근심으로 좋은 마음까지 저당잡혀선 안 되겠기에
양지 쪽에다 마음을 둔다.
"일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 다 있지. 뭘 그런 것 가지고.
물 흐르듯 그저 바라보면서 가도록."
돈을 더 얻어내려고 민사소송을 걸어 온 한 남자의 이야기에
별 일 아니라 쉽게 위로를 해도,
내게 온 숙제로 마음이 무거운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어둠이란, 그리 큰 걱정이 아니므로
날마다 오는 아침만 바라보고 가자.
나로 인해 편안해 하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데....
2015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