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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잠언서를 읽다.
"이웃집이라고 너무 자주 드나들지 마라. 질려서 너를 미워하게 된다."(잠언 25장 17절)
저녁마다 동네 한바퀴를 돌며 소리로 듣는 성경을 읽는 중에
뒷통수를 맞은듯, 걸음이 멈춰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들었던 그녀의 일터에
내가 한 일이란 고작 허무하기 이를데 없을 푸념 일색.....
잠깐씩 짬을 내 성당 가는 일 말고는
언제나 한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고로
그 날 일어난 온갖 푸념을 맘껏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라 여겼어도
상황이 많이 다른 입장에서 불편할 때가 있었을 터인데.
순전한 내 생각만으로 그녀도 같은 입장이란 생각을 했었다.
때론 얼마나 귀찮았을까?
먹고 살기 바쁜 걱정이 더 많은 데 반해,
속마음으론 배부른 소리 지껄인다는 미움은 왜 없었겠나?
내 이뤄낸 극복의 사연들이,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역겹기 그지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무심코 뱉은 말이 상대로 하여금 미움과 분노를 일으킬 수 있음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났다.
아랑곳 없을 지독한 내 이기적인 모습에,
부끄러워서.....
그날 이후 최근까지 유일한 친구가 된 그녀의 공장에,
걸음을 옮기려다 그만 두었다.
파마를 하고 중화제를 바르기까지 애매한 그 시간을 떼우려고,
들어갔다가 어색한 몸짓을 느꼈으면서도
내 필요에 의한 것만 채우려 했던 어리석음이 왜 이제사 느껴졌을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전화통화를 부러 길게 늘여서 했던 것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던 것을......
무조건 내가 가면 반가워 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고, 자만심이다.
못 견딜만큼의 고통이 누구라고 없겠나?
며칠동안 내내 잠언서의 말씀이 나를 괴롭힌다.
진작에 깨달을 수 있었다면,
좀더 지혜롭게 삶을 살아갈 것인데.
입을 벌려 말하지 않고 혼자 삭히며 견디는 힘이 여전히 내겐 부족하다.
그럼에도 조심스런 마음이 회복되고 나면, 나는 또 그녀를 찾을 것이다.
만나지 않고서 살 순 없는 세상에 내가 있으므로....
일부의 마음을 두고 전부라 여길만큼 어리석지도 않아,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다.
201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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