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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찍 집으로 가려다....
    나의 글 2015. 7. 29. 11:23

     

     

     

    일찍 집으로 가려다

    마침 다빈의 학원 끝마칠 시간이 가깝길래

    그 곳으로 갔다. 

    어쩌면 자전거를 갖고 갔을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매번 시간에 쫓기더니,

    모처럼 느긋한 마음이 되어 보자 했는데

    오후 5시까지 40여분의 잉여 시간을 보낼 곳이 영 마뜩잖았다.

    차 안에서 껍질을 대충 벗겼던 고구마줄기를 꺼내 다듬을까? 음악을 더 들을까?

    그 아깝던 시간들이 왜 이리 더딘고.

     

    학원 앞 마트에서 기웃기웃....

    살 것도 없어, 케찹 하나 사 들고 나왔다.

     

    그래도 더 기다려야 할 시간은 10분,

    빵 집에서 날마다 편하게 사 들었던 모닝빵, 소보루빵을 모른체 건너 뛰고

    양파솔솔치즈브레드, 잡채고로케, 앉으나서나초코생각,

    플레인베이글을 하나씩 쟁반에 담았다.

    다른 빵은 살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살기에서 벗어나기. 이것도 변화일 것이니.

    이름도 가지가지 빵이 꿈틀대며 곧 말을 할 것 같다.

    그럴싸하게 멋드러진 이름으로 태어난 감동에 즈음하여.

     

    "엄마, 학원 앞에서 기다림."

    - 헐....  자전거 타고 왔는데.

    "그럼, 트렁크에 실어."

    - 안 들어갈 걸요?  에이, 그럼 그냥 두고 가야겠다. 

      내일 가져가죠. 뭐.

      저 쪽 초등학교 앞에 세워 놨어요.

    "누가 가져가지 않을까?"

    - 가져가 봤자죠. 이미 중고값일텐데요. 판다고 해도.

      한 오만원이나 주려나?

     

    한방에 쿨한 대답은 엄마를 무한 편안하게 만들고 만다.

    아님, 솔솔 풍기는 빵의 향기에 꽂혔나?

     

    "오늘은 맛있는 빵이네요?  그 때 왜 똑같은 빵만 사오냐고 해서 바꿨어요?"

    - 그냥.....

     

    자전거를 한 길에 두고도 푼한 마음은

    쵸코 향 가득한 빵의 유혹 때문이었을까?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았던 걸까?

    아무려면 어떤가?  이 순간 행복하다면.....

     

    그렇게 무사했는데,

    아뿔싸 이 아침에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슬그머니 걱정되어서 출근하는 길 들렀더니,

    자전거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섰다.

    "헐헐, 어쩔 수 없죠....."

     

    언제나 평화를 사랑한다는 다빈이다운 대답이 즐거운 아침을 이룬다.

     

    2015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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