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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하게 젖은 만원권 네 장과 오만원권 한 장에서
살아내느라 애쓴 노고가 한 눈에 보였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녀간 분에게
자재값은 냉동실에 넣어 두고 가면 된다고 했던 것이 내내 걸렸다.
사람 없는 사무실에 돈을 두어야 할 곳이
처음엔 서랍도 아니고, 금고도 아닌
왠 냉동실이냐고 의아스러운 얼굴이었어도
지금은 그들이 알아서 척척, 미리 말을 하게 된 것을 보면
사람의 일은 참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수도 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보니,
어떤 이에게선 진심이 가득하여
가던 길 멈추고 한 마디 더 건네는 경우도 생기고.
아까 그 분이 그랬었는데.....
"지금 사무실에 있어요?"
- 아니요. 은행에 잠깐 왔는데요. 30분 후 쯤 들어갑니다.
"그럼 그 때 가지요."
일 하다가 어렵고 속 상한 일 털어내고 갔으면 하는 눈치,
그 약속을 지나친 후에 유독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얼마나 열심히 사는 줄 내 아는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살지만,
마음이 그렇게 쓰이는 날이라니.....
땀에 흠뻑 젖었어도 돈이란 놈은 쉬 찢어지질 않는다.
흔하디 흔한 종잇장과는 확연히 다르게
귀하긴 귀한 놈이다.
2015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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