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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슬픔.....나의 글 2015. 6. 14. 17:26
오전 11시에는 결혼식장엘 다녀오고,
늦은 저녁에는 장례식장엘 다녀오고.....
무엇보다도
슬픈 장소에 퍼뜩 뛰어가야만 할 것 같은
새 중간의 텀이 충분했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일,
그리고 달리 변경시킬 수 없을 결정되어진 일에 대하여
속수무책일 바에는,
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맡겨 두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 있었다.
슬픔에 대해 무뎌져 가는 것.....
계획된 일의 순서대로
가위표를 그으며 차분히 오늘을 이어가는 것 또한 어떠리.
결혼식장에서 만난 몇몇은 그대로 헤어지기 섭섭한지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겨앉아
느긋하게 노닥거릴 만반의 태세로....
선약을 깨기 무엇해 커피 반 잔을 비우고,
그대로 홍어삼합집에서 저녁까지 먹으며.
그 하나 때문에 다른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나름 씩씩하게 사는 법이라?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렸다.
우리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지금처럼 느긋한 마음이 가능했을까 물었다.
아주 가까운 어른의 부고에도
한 걸음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성이게 된 묘한 처지.
아니? 만사 제쳐두고 서둘러 그 곳부터 갔을테지.
지금은 바라보는 것마다, 구경꾼처럼 변해버린 것은 물론
예전처럼 의욕도 없고.
그러고 보니
삶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고개를 떨군 부지런함보다 천천히 둘러보며 가더라도
크게 달라질 세상은 아니었다.
종종걸음으로 괜한 호들갑을 떨었을 뿐.
잠자코 있는 세상은 고무줄처럼
마음의 생각을 늘렸다, 줄였다 가능하게 열려 있었던 걸.
더불어 변한 세상은
무성한 뒷말조차 힘을 잃고....
헉헉 대며 뜀박질에서 1등을 차지하면 세상 전부를 얻은듯 어린 날엔
기쁜 것과, 슬픈 것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었는데,
지금은 좋다 해서 그 기분을 오래 가질 수 없고,
어둔 슬픔 속이라 해도 울 시간조차 야속하게 짧다.
맨발로 사막 위를 밟듯이 건조해진 나의 감정은
서걱서걱 마른 모래 같다.
정지된 기쁨과 슬픔의 교차선에서
온전하게 타오르는 진짜 웃음을 발견하고 싶다.
참 좋은 시절에나 가능했었던 그 신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질질 흘렸던 울음도 이리 그리울 때가 있네.
귀하디 귀한 보석이 되어.
2015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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