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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함께 한 사랑은 꽃상여에 마음을 한껏 담아.....
지켜 보자니 서러운 눈물보다는 가슴 뭉클함이 우선이었다.
좁은 논둑길을 들어서자,
앞서 간 소리꾼은 전봇대가 가로막아 못 가겠다며 주저앉았다.
한 쪽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이 곳 저 곳 참견하며 호령을 멈추지 않던 씩씩한 아버지는
성질 급한 걸음으로 그들 앞에 다가섰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오만원권 지폐 한 장을 내밀며,
어서 가자고 재촉을 했지만,
죽음도 하나의 잔치로 승화시킨 꽃상여꾼들은
"뭘 그리 서둘러요! 그러려면 어제부터 출발했어야지....
사위들 어디 갔소! 조카들은 또 어디 갔고?"
그 소리에 따르던 사람들이 낄낄대며 웃어댔다.
"이것도 다 재밌게 하려고 시간을 끄는 것이지...."
7월 초로 잡아 둔 구순 잔치는
아내와의 이별로 치르기 힘들게 되었지만,
세상 일, 어디 맘과 뜻대로 되던가?
命이 다 해 이제 못 볼 사람이라도
긴 세월 바쁘게 잘 살아냈으니 여한은 없지.
이 또한 흥겨운 잔치라는 생각을 했다.
웅성대는 사람들 소리와 어우러져 함께 하는 마지막 길은
두려움도 덜 할테니.
두둑하게 잡혔던 오만원짜리 지폐가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동이 날 즈음,
상여꾼들은 어느새 와 버린 가묘 앞이 무척 아쉬운 듯 했다.
아들이나, 사위가 지니고 있던 노잣돈 봉투는
이미 예정에 있던 것이어서 별 흥미를 자아내지 못하고,
그저 성질 급한 아버지의 존재감만 빛을 발할 뿐이다.
어색함을 벗어 던지고,
어느새 그들 속으로 스며든 나는 누구인가?
천막 그늘 아래에 서서
칼칼하게 버무려진 겉절이 김치 한 장을 깔고
삶은 돼지고기 한 점 둘둘 말아 입 속으로 들이 밀었다.
그리고 옆의 여자에게 캔 맥주 한 잔까지 청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먼저 다가가서 누구에게든 친구를 자청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
이 번이 두번째로 보는 얼굴들임에도
인연이 꽤 깊은 것처럼 여겨지는 착각은
아픔 속에서 만들어졌기에 더더욱 수월했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들의 간절함대로, 천국이나 극락은 ....
내 마음에 있다지만 많이 궁금한 날이다. 오늘은.
그가 있는 곳은 어떠할까?
뜬금없이 나의 무심함에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2015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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