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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다, 동물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었으면....나의 글 2015. 3. 26. 13:02
식탁 위 반찬을 순식간에 싹쓸이할 줄이야!
잠깐 사이였다.
안전장치를 해 둔다는 걸 깜박 잊은 것이다.
의자를 좀더 멀찌감치 떼어 놓을 걸....
아침 반찬으로 내 놓은 비름나물, 미역줄기, 취나물, 황태포까지
정신없이 포식을 한 후
초롱이는 잠시동안 사라진 뒤였다.
짜고 매웠을 텐데,
어느새 다 비워진 그릇보다 강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을 보니
그동안 많은 정이 들긴 했나 보다.
말을 못하는 짐승이라 속이 어떤지 물어 볼 수도 없고,
쇼파 위에서 석연찮게 어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니....
곧바로 방석 위에다 음식물을 토해 낸 이후에야
조심스레 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어슬렁 어슬렁.
토해낸 음식물은 물론 소화시키지 못한채 그대로였지만
다행이다.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일은.
꽃보다 동물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기는 매우 어렵다.
맘껏 느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투시경을 장착하고 먼 미래 뿐 아니라
가까운 내일의 일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도 미미할 것인데.
다짐을 하면서도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절대적으로 선한 행위조차 자로 잰 기울기에 따라
위선이 되기도 하고, 가혹한 댓가를 치뤄야 할 때가 있다.
그리 눈치도 없이 답답한가?
기어코 반복해 일러줘도 모르냐고 한들
나름의 고집을 유지하면서 여기까지 온 일은 그럼에도 나의 타당성이다.
조용히 살고자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나만의 세상이 아닌 것은 분명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순식간에 들키게 된 일도,
어설픈 삶의 흔적이려니,
이리 저리 흔들리다가 모처럼 한가한 순간엔
참으로 운수 좋은 날이겠거니.
자조의 웃음일랑 이만 거두어 들이고 가자.
흠없이 사는 사람 어딘가고...
나약한 힘은 기댈 곳을 찾아 마음의 정착을 꿈꾸지만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
본의 아니게 선이 악으로 변하기도 하는 세상에서
별 수 없이 나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많이 사랑하자.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넓은 공간을 두고도 되도록 사람 있는 쪽으로
엉덩이를 바짝 기대 앉은 초롱이에게 한번은 물었다.
가까이에 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 필히 알아듣는 듯....
그래서 사람이 외로울 때는 위안을 삼는가?
"너는 참 좋겠다. 복잡 미묘한 사람이 아니라서."
늘어진 하품을 끝낸 초롱이는
바닥에 길게 몸을 늘인채 꼬리를 세게 흔들어 댔다.
긴장이 풀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위안은 사람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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