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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라도 가슴에 품은 삶은 그래서 행복한가?
순례길의 반복되어진 짐 싸기 여파로 피곤했던 투정도
얼마나 더 지나야 달디 단 추억이 되려나?
곧 넘어갈 다리 하나 사이로 경계선을 이룬 터키와 그리스.
국경이란다.
좁은 세상이건, 넓은 세상이건 분리해야 살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욕심은 제 나름 피력하고픈 존재감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저 내 소심한 소견이다.
투박한 그리스 여자 가이드가 달리는 창밖으로 흐르는 보슬비를 보다가
아주 적당한 노래 하나를 들려 주겠다며,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를 틀었다.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을 것이고,
이전에 아주 젊고 후리후리한 젊은 청년이 터키 가이드를 했다니
혹시나 비교될까
자신의 정서 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었지만
남자와 여자, 사는 곳, 나이에 따라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니
처음의 낯설음은 곧 다시 익숙해질 것이다.
노랫말 속의 카테리니행 기찻길을 지나는 중이라
알맞은 곡을 틀었던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은
가이드의 아주 중요하다는 설명 조차도 기억으로 들먹여지는 일은 별로 없다.
설사 꼼꼼하게 메모를 해두었더라도 들여다 본들 그것이 그것 같을진대
다 소화시키지 못했다고 속 끓이며 애태울 일도 아니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궁금증을 생각 속에 다 채울 수도 없을 것이니.11월은 아니어도 이 겨울은 영원히 기억 속에남아
흐르는 대로 흐르다 그중 하나 내게 사는 동안 오지게 힘이 된다면......
사는 의미, 기쁨, 축복, 감사!
후회란 단어를 절대 나의 것으로 만들어선 안 되겠다는 가벼운 다짐.
실체도 없는 흔적을 밟으며
오래전 삶의 모습에 추측으로 더할 뿐인 감동은
어쩌면 분위기에 이끌린 일시적 충동이기도 할 것이다.
그곳으로부터 깨어난 나의 생동적인 삶,
그 열정을 부합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
새로운 기운으로 활짝 핀 봄꽃처럼 살고 싶다.